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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산업, 적대적 M&A서 지켜내야 - 조동근
	2007-06-15
기간산업, 적대적 M&A서 지켜내야 포스코에 대한 ‘아르셀로-미탈’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이 급박하다. 포스코는 최근 자사주(自社株)의 의결권 부활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과 교환했다. 그리고 계열사를 통해서도 우호세력을 넓히고 있다. 계열사인 포항강관이 동국제강의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대신, 동국제강이 포스코 주식을 일정 부분 매수토록 했다. 유사시 관련 기업들에 포스코를 지지하는 ‘백기사’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M&A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과장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개연성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된다. 유럽에 본거지를 둔 세계 제1의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급속히 성장하는 동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갖고자 할 것이다. 파이넥스(FINEX) 혁신공법을 개발하고 인도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포스코는 민영화 과정에서 지배주주에게 경영권을 매각하지 않고 공모주 방식으로 일반 국민에게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에 ‘주인’이 없다. 그 결과 포스코의 지배주주라 할 수 있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7%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르셀로 - 미탈’이 여타 주주와 전략적 제휴에 성공하는 경우, 소수 지분의 취득으로도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다. 미탈은 아르셀로와의 인수·합병에서 아르셀로의 지분이 분산돼 있고 외국인 지분이 높은 점을 십분 활용해 인수에 성공했다. 포스코가 처한 조건도 아르셀로와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와 같은 ‘독약처방’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국적 현실 역시 포스코에 불리하다. 미탈의 기업 특성과 경영전략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탈은 제철공장을 한 번도 짓지 않고 기존 기업의 M&A를 통해 성장했으며, 수익성이 정체될 때마다 M&A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따라서 미탈은 산업자본의 특성을 가지는 동시에 전략적 투자자로서 금융자본의 특성도 갖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애를 생각하기엔 내 나이가 젊다”고 밝힌 왕성한 사업욕은 포스코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예측케 한다.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은 비단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최근 국가안보와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가 개방의 큰 흐름에 역행할 수 없다며 ‘외국인 투자 규제법’에 반대하고 있다. 정언적 명분은 ‘자본에 국적(國籍)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본의 국적을 묻지 말아야 할 ‘선진국’이 오히려 자본의 국적을 따지고 있다. 개도국 자본이 자국 기업을 M&A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M&A 님비(NIMBY)’인 것이다. 미국은 1988년에 이미 엑슨-플로리어법을 통해 ‘안보상의 이유’로써 외국인 투자를 막을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비근한 예로 아랍에미리트의 미국 컨테이너 관리회사 ‘P&O’ M&A와 중국의 미국 석유회사 유노컬(Unocal)의 인수를 무산시킨 것도 ‘안보상의 위해(危害)’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이 먼저 기업사냥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경영권을 방어해 줄 수는 없지만, 자국 기업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창과 방패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그리고 국익을 위해 자본의 국적을 물을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기업사냥 사다리를 걷어차기도 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6.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