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현대車노조의 反FTA 정치파업 - 김태기
	2007-06-13
현대車노조의 反FTA 정치파업 현대자동차 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를 이유로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툭 하면 파업을 벌여 왔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내 많은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결정하기 전에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독단적으로 파업 강행을 결정했다. 또한 파업을 반대하는 일반 조합원들의 여론이 높아 노조 집행부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의 한·미 FTA 비준 반대 파업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법적으로 파업의 요건뿐 아니라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못한 불법파업이다. 파업의 이유가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된 단체교섭의 결렬이 아니라 FTA 비준 반대라는 정치적 문제에 있다. 그뿐 아니라 파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아야 하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 결정은 노동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FTA 비준 반대 파업은 노동운동 내부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조합원들의 결속력도 떨어뜨릴 것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위계질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면 노조의 의사결정은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해서 신뢰를 하고 단결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다. 이같은 원칙을 무시하면 노동운동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노조 집행부의 FTA 비준 반대 파업 결정에 조합원들이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정치파업에 신물이 난 탓도 있지만 FTA 체결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자동차산업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쪽은 수출이 주력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 내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의 자동차산업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한·미 FTA가 미국 자동차업계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이유로 비준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FTA 비준 반대 파업은 국익과도 크게 배치된다. 한·미 FTA는 경기침체와 내수시장의 한계로 조업시간이 줄어들어 소득 감소에 직면해있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산업은 일자리 창출의 전후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한·미 FTA는 노동시장 전반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시장의 독점적 상황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비싸지는 등 소비자들이 보는 손해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 FTA 비준 반대 파업 소식을 반기는 쪽은 미국 일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미(反美)전략의 일환으로 FTA 비준 반대 파업을 하는 것은 미국 편을 들어주는 자가당착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현실을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이나 현대차 노조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FTA 비준 반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속노조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역학관계상 덩치가 가장 큰 현대차 노조가 적극적으로 파업을 반대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사를 금속노조에 전달하고, 금속노조는 노동운동의 원리에 충실하면서 국익에도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는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6.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