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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헌법'이라고 하는 盧대통령 - 강경근
2007-06-05
'그놈의 헌법'이라고 하는 盧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개발연대의 권위주의 정부가 그 틀을 잡아가던 1975년의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60명이 채 넘지 않는 적은 수의 합격자만 오를 수 있는 사시 고지를 고졸의 이 청년이 정복했다는 사실은 코리안 드림이었다. 마치, 모두가 이기지 못할 것이라던 그 이회창 후보를 밀어내고 당선된 지난 제16대 대통령선거와도 같은 벽력이었다. 합격생 노무현은 지금은 폐간된 모 고시 잡지에 기고한 합격기와 좌담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 기반이었던 이른바 유신헌법 속에서 ‘힘’의 발아(發芽)를 간파(看破)했음을 말한다. 당시 내로라하는 헌법학자들이 권력적 힘을 헌법으로 포장하여 이를 ‘영도적’ 대통령제로 부르던 때였다. 그 포장을 걷어내고 거기에서 적나라한 힘을 본 그는 헌정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헌법 자체는 여전히 법, 즉 규범이지 정치권력의 그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2007년, 대통령인 노무현은 자신을 대통령의 직에 봉직하게 해 준 대한민국헌법을 ‘그놈의 헌법’이라고 불렀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주자의 한 사람이 내건 경부대운하 공약을 비판한 뒤, 그에 관해 토론 한번 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에 토론을 못하게 돼 있으니 단념해야지라며 헌법을 ‘그놈’이라는 비칭(卑稱)으로 지칭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행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고 한 선서의 대상이 되는 바로 그 헌법을 그놈이라 부른 그는 대한민국헌법을 비칭으로 대접한 것이다. 헌법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니 또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을 하대한 것이다. 헌법은 국가의 법적 표현이니, 헌법을 그놈이라 한 것은 국가의 원수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우리 대한민국을 그놈이라 한 것이다. ‘그놈’이라는 말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어긴 셈이 됐다.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는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가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 구체화된 헌법적 표현이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를 감안해 헌법이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라고 말한 헌법재판소의 2004년 5월14일 선고 ‘2004헌나1’ 탄핵기각결정을 노 대통령은 벌써 잊은 것이다. 어쩌면 잊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헌법을 그놈이라고 했을지 모른다. 모든 공직자의 모범이 돼야 하는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 헌법과 국가와 국민을 그놈이라고 하는 등의 그런 언행은, 헌법재판소가 탄핵기각결정에서 말한 대로 법률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는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 오며,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현행 헌법을 그놈이라 불러 이를 구시대의 유물로 폄훼케 한다든지 그 정당성에 대해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대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언론에 보도될 것을 충분히 예측한 가운데 나온 ‘기획성’ 발언이라면, 노 대통령은 헌법을 힘의 구현이라고 보는 청년 시절의 미숙함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대통령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국가와 헌법에 사과를 해야 한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6. 5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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