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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잘 마무리 하려면 - 최병일
	2007-06-04
한·미 FTA 잘 마무리 하려면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협상하자고 한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미국의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가. 무엇을 다시 협상해야 하는가. 이미 합의된 것을 다시 협상하는 재협상인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추가협상인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의문을 해소하려면 FTA 협상의 절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미 FTA 협상은 4월 2일 타결돼 6월 30일 양국 정부의 정식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정식 서명이 석 달 후에 이뤄지는 이유는 협정문을 다듬는 작업 때문이다. 양국 정부가 협정문에 서명하게 되면 그 협정문은 공식 최종본이 된다. 이를 양국 의회가 비준동의를 해야 FTA가 발효된다. 이런 절차적 관점에서 보면 한.미 FTA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협정이 발효되지 않으면 협상을 통해 창출할 이익은 모두 잠재적인 가능성에 머문다. 그렇다면 조문 검토작업을 거쳐 정식 서명하면 되는데, 왜 미국은 다시 협상하자고 하는가. 이는 통상정책에 대한 의회와 행정부 간의 권력구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의회에 통상정책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외통상교섭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의회는 그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대신 행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협상목표를 설정하고 협상 과정에서의 긴밀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기존의 협상목표를 수정하라고 행정부에 요구해 왔다. 미 행정부가 외국과 FTA를 체결하더라도 민주당이 통제하고 있는 의회의 비준을 받아 내지 못하면 그 협정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때문에 행정부는 의회와 타협해야 한다. 그 결과 지난달 중순 노동.환경.지적재산권.항만안전.정부조달.투자 등 6개 분야의 새로운 통상협상 목표에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했다. '신통상정책'으로 불리는 이러한 정책노선을 이미 FTA를 체결한 파나마.콜롬비아.페루.한국과의 협정에 반영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테러 예방을 위한 조치, 의약품 등의 특허 강화,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노동기준을 위반하거나 환경협약을 위반하는 경우 더욱 강력한 무역제재를 한다는 게 '신통상정책'의 내용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도 채택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노동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미국이 과연 상대국에 이런 것을 요구할 수 있느냐는 국제적인 비난과 미국 내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협상 타결 직후 이를 협정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미국 특유의 일방주의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이 한국에 재협상하자고 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은 협상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의회에서의 비준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를 의식해 한국 정부가 협상을 다시 하면 국내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미국에 끌려가는 저자세 협상이라는 비난에서부터, 이 기회에 농산물.의약품 등 민감한 부분을 다시 협상하라는 주문까지 나올 것이다. 한.미 양국이 그간의 FTA 협상을 이끌어 왔던 두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이익의 균형과 민감한 분야의 존중이다. 4월 2일 타결된 FTA는 이 원칙들이 지켜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사항을 들고 나올지에 따라 재협상인지 추가협상인지, 아니면 둘 다 해당되는지 정해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 의회로부터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이미 설정해 두고 있던 터라 미국의 협상 요구는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접근방식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이익이 균형 속에 늘어난다면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직 정식 서명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 바른사회 정책위원장) 출처 - 중앙일보 2007. 6.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