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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는 성장하고 있다 - 조희문
	2007-05-30
한국영화는 성장하고 있다 놀리는 것 같다. ‘밀양’에서 주연한 배우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은 흥을 잃어가는 듯하던 한국영화의 분위기를 뒤집듯 바꾸고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는다는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이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지난 두어 달 동안 한국영화가 위태롭다고 엄살을 떨었던 일들은 무색해진다. 영화계 사정이 어려워 곧 쓰러질 것 같다고 아우성 칠 때쯤 큰 상을 받거나 흥행작이 나와 분위기를 반전시킨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배우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감독 배용균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으로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받던 때도 영화계는 위기론에 빠져 있었다. ‘서편제’가 한국영화로서는 처음 100만 관객(서울 개봉관 기준) 기록을 세우며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 붐을 일으켰을 때나 ‘쉬리’가 한국영화 선풍을 이끌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왕의 남자’와 ‘괴물’이 최고 흥행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 치웠지만 그때도 역시 외국 대작들의 공세에 밀려 한국영화가 고사할 지경이라는 걱정이 퍼져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뒤집어 보면 한국영화가 불안하다고 하던 때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고, 호황이고 전성기라고 자부하던 곁에서도 위기는 상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칸영화제는 과연 최선의 결과만을 내놓으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묘약일까. 우리 배우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부문의 수상 내역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여러 나라 영화인이 골고루 상을 받았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 심사위원 대상은 일본, 심사위원상은 이란·프랑스·멕시코 공동 수상, 감독상은 미국, 남우주연상은 러시아, 각본상은 터키, 신인감독상 격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은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 작품이 받았다. 기본적으로는 개별 영화의 예술성이나 독창성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나라별로 안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보여준다. 지난 해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알제리 등 여러 나라 영화들이 수상했다. 더구나 남녀 주연상은 각각 5명과 6명이 공동 수상하는 결과까지 더했다. 경쟁부문 본선작을 선정하는 일이나 비경쟁부문의 초청작을 정하는 일도 유사하다. 칸영화제의 수상 결과가 오로지 작품의 수준만을 고려한 것이라기보다 가능한 한 많은 영화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칸영화제가 연륜이나 명성에서 손꼽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결국 여러 영화제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중적인 오락성보다 영화의 예술적 진지함을 강조하는 성향 때문에 선정 결과와 대중의 취향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도 칸영화제의 위상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칸영화제가 격찬하고 평가할수록 관객들은 지나치게 어렵고 무겁다며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다. 올해로 60회를 맞은 칸영화제가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수상자를 냈지만 개별적인 평가, 예술적 마니아들끼리의 축제 차원을 넘어 해당 국가의 영화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수상이 명예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흥분하는 일은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계 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투자자는 머뭇거리고 관객은 까다로워지고 있다. 수년간 계속된 호황과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자만, 안이함에 대한 질타처럼 보인다. 영화인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지 않는다면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성실하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 일만이 대안이자 해결책이다. 성급한 실망, 과도한 열광을 자제하면서 좀더 차분하게. 조희문 (인하대 교수·영화학 / 바른사회문화포럼 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5.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