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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 송병락
	2007-05-25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1636년에 설립된 미국 하버드대의 총장은 현재 28대이고, 310년 이후인 1946년에 설립된 서울대의 현 총장이 24대라니 한국대학 지배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이는 하버드대 헨리 로조프스키 교수의 말이다. 하버드대 총장들은 임기가 20년 또는 그 이상으로 평생 대학발전에 헌신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자격 미달자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총장을 교수들이 직접 선출하므로 보통 임기가 4년이다. 대학처럼 복잡한 조직경영에 프로가 될 즈음 자리를 떠나야 하는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의 미국전문가였던 존 미클드웨이트는 그의 책 '기업론'에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하버드대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대학도 기업인가? 물론이다. 국.공립대는 공기업, 사립대는 사기업으로 비영리기업이다. 대학.병원.음식점.도로공사.구멍가게.예식장 할 것 없이 제품.서비스의 생산조직은 모두 기업이다. 현재 한국에는 국.공립대 등 민영화로 지배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공기업들이 수없이 많다. 이번 공기업 감사들의 해외여행 사태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민간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얼마 전 하버드 경영대가 중국 상하이에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결론은 기업지배구조에는 주식시장 지배의 미국형, 가족.그룹 지배의 일본형, 은행 지배의 독일형의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좋은가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업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기업에는 미.일.독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 미국 기업은 이윤, 일본 기업은 인간관계, 독일 기업은 형평을 강조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들의 모방이 아니라 앞설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우리 조선회사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 오고 있다. 미국 MIT대학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이어 '우리는 어떻게 경쟁하는가'라는 제2차 경쟁력 보고서를 냈다. 13명의 교수와 학생이 5년간 12개국 500개 기업의 경쟁력을 인터뷰해 연구한 것이다. 그 책임자 수전 버거 교수는 기업경영이나 지배구조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바로 정답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경영.지배구조 면에서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다양성이 증가하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과거 성장환경, 정부정책, 법제도 등의 국가 간 큰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기업의 경영.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우리가 할 일은, 첫째 수많은 공기업의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는 정답이 없으므로 지주회사제도 등은 선택에 맡겨야 한다. 둘째,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금지 조치는 시대에 맞지 않다. 지금은 다양한 산업의 융합 시대다. 산금(産金)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GE의 사업구조는 산금의 융합이다. 독일의 은행과 제조업체들은 상호출자와 임원 상호 파견으로 연계관계에 있다. 일본은 기업그룹마다 주거래은행이 있었다. 한국은 산금분리 정책으로 산(産)이 외국의 금(金)의 지배하에 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우선주식의 79%가 외국 금융기관의 소유가 됐다. 셋째, 현대그룹은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 SK는 텔레콤산업, LG는 화학산업, 삼성은 반도체산업 등을 만들거나 일으켰다. 그리고 현대는 세계 제일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을, 한진그룹은 항공화물수송 세계 제일인 대한항공을 육성했다. 글로벌경쟁시대 우리 기업그룹들을 총액출자.순환출자금지 등으로 지배구조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산업 창출, 육성 및 국가대표 기업 육성에 올인하도록 해야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중앙일보 2007. 5.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