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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 자주성 훼손은 위헌이다 - 성재호
	2007-05-21
사학 자주성 훼손은 위헌이다 법의 기본정신은 공정성이 핵심이다. 어떤 위법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그 위법행위에 대한 규제나 처벌을 통해 침해된 법익을 구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규제나 처벌이 해당 불법행위보다 과도하게 된다면 법의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 있다. 이러한 법의 정신은 사학재단의 비리와 관련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사학법인의 부정행위와 관련, 그 부정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의 문제도 공정성의 기초 위에서 처리돼야 마땅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 맞지, 학교법인의 주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즉, 사학재단의 비리가 있을 경우 그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사유재산권과 자주성은 존중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교육부 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의 법적 지위와 관련, 학교법인이 재단 비리 등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임시로 운영을 맡는 위기 관리자일 뿐이며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학교 비리와 관련해 파견된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임명하는 것은 설립자의 지위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으로, 학교법인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더하여 임시이사회 결의에 의한 정식이사 체제로의 전환은 사학 운영의 자유를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는 1963년 제정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춰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위해 제정한 법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 사학의 발달을 위한 목적이지 규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것이다. 더구나 사립학교법은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은 교육부 장관의 지도·감독을 받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엄격히 해석하면 사학재단의 비리가 발생할 경우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인적자원부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법리에 이르게 된다. 더욱이 개정 사학법은 이사 승인 취소 요건을 대폭 확대해 교육부가 임시이사로 채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사전 지도나 감독이 아닌 사후 규제로 무게가 치우칠 수 있는 것으로, 사학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치적 흐름에 무관할 수 없는 정부 기관인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폭넓게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사로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간 학내 분규가 있을 때마다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사학의 운영권이나 재산권을 접수하다시피 해온 사례가 있었음을 볼 때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규정한 헌법 제31조 제4항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학재단의 비리는 명백히 처벌하되, 교육의 공정성과 자주성은 살려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속히 마무리돼 교육을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개정 사학법의 위헌논의와 관련한 결정을 무작정 미루는 것은 교육을 정치적 논란 속에 방치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 시점에서 교육입국을 이룰 수 있도록, 정치권이나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하면 교육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정치적 이념을 털어버리고 교육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주기 바란다. 물론 사학운영 주체는 비리나 부정을 저지름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이 훼손되는 일을 자초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교육부 또한 사전 지도와 감독을 통해 부정이나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함은 부언의 필요조차 없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5.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