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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만이 부르는 한국영화 위기 - 조희문
	2007-05-10
자만이 부르는 한국영화 위기 한국영화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개봉된 영화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눈길을 끌 만한 후속작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쯤이면 여름방학이나 연말을 겨냥한 영화들을 만드느라 손길이 분주해야 할 때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미녀는 괴로워>가 반짝 흥행을 했을 뿐 스타들이 출연했거나 유명 감독들이 만든 영화가 줄줄이 무너졌다. 기다렸다는 듯 외국 영화 중에서도 대작이라고 손꼽을 만한 영화들은 줄지어 닥치고 있다. 흥행이 비틀거리니까 제작비를 대려는 투자자들도 주춤거린다. 돈은 마르고, 흥행 결과는 야박하고, 앞으로 내다 팔 밑천까지 바닥나는 판이니 제작에 나서는 영화인들이 긴장할 만도 하다. ● 새삼스럽지 않은 위기론 그러나 돌아보면 한국영화 위기론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도 <미션 임파서블3>을 비롯한 미국영화 대작들이 흥행을 시작하자 영화계는 긴장했다. 하지만 여름과 연말까지로 이어진 흥행결과는 한국영화의 압승으로 마무리지었다. 한국영화의 연간 시장 점유율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고, <왕의 남자>나 <괴물> 같은 영화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흥행기록을 바꾸었다. 그 이전 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영화가 호황을 누린 것처럼 보이는 지난 몇 년간도 위기적 요소는 주변에 늘 있었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한국영화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무한 경쟁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영화가 위기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라 고속ㆍ과열 성장 과정에서 생긴 자만과 방만으로 인한 내부 상황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예상을 넘는 흥행작들이 잇따라 나오고, 해외영화제 수상이 이어지면서 어느 사이에 한국영화는 문화와 산업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가 되었다. 영화계로 자본과 사람이 몰려들고, 성공을 찬양하는 헌사들이 넘쳤다. 덩달아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수십억 원을 주말 외식비쯤으로 여기는 경향도 나타났다. 자기 돈이라면 기획조차 하지 않았을 영화에다 제작비를 쓸어 넣기도 하고, 덜 익은 소재를 서둘러 착수하는 바람에 부실한 결과로 그친 경우도 적지 않다. 108편을 만든 지난해,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냈다고 한탄하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저런 것을 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튼 영화들도 많았다. 주목 받는 감독이나 배우가 대가연 하면서 관객을 위한 영화보다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자만하는 시도에 기우는 태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도 한국영화의 기운을 흩어버리는 요인이 되었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오로지 좋은 영화 만드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던 때의 초심을 잃어버린 채 환호에 취한 듯한 영화인들의 모습에 식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 작은 성공에 안주하는 경향 이 상황을 불안하게 여기면서도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린다면 한국영화는 진짜 위기와 만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스크린쿼터제 축소를 이유로 대려고 하지만, 한국영화가 무한 경쟁에 들어간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고, 제도로서의 효용을 잃은 것은 그보다 더 먼저부터다. 관객을 무시하고, 투자자를 눈 먼 봉처럼 희롱하고, 더 이상 겸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관객이 한국영화를 지지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영화는 관객을 위한 것이지, 관객이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작 영화보다 더 위험한 적은 성공에 취하고 안주하려는 영화인 자신들이다. 최근의 상황은 영화인들의 새로운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경고 사이렌이다. 조희문 (인하대 영화과 교수 / 바른사회 바른문화포럼 회장) 출처 - 한국일보 2007. 5.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