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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권 보장시스템 개선해야 - 김민호
	2007-05-02
	팩트브리프17.pdf
재산권 보장시스템 개선해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계기로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해결절차(ISD)와 특히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에 대한 국민들 관심이 커졌다. 법학자들에게도 생소하며 법리적으로도 상당히 난해한 문제가 일반 국민들 사이에 관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일단 흥미롭다. `외국인 투자자는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간접수용은 우리나라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제도인데 이를 받아들인 것은 위헌이다` 등 극히 자극적인 기사들을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ISD나 간접수용이 우리 국익을 해치는 매우 좋지 않은 제도로 인식할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인가. `Indirect Expropriation`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간접적 수용`이라 하였으나 그 정확한 의미는 `국가의 조치가 직접적으로 재산권의 공식 이전이나 압류를 하지는 않았으나 직접수용에 상응하는 정도의 침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간접수용이란 우리나라 헌법상 규정된 `수용`의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국가 책임`인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공익사업을 위해 타인의 재산권을 국가 등이 강제 취득함으로써 발생한 재산적 손실을 보전해 주는 손실보상제도와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 및 도로 등과 같은 영조물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하는 국가배상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국가의 특정한 조치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이 특별하게 희생당할 때도 그것이 손실보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예컨대 정부 조치가 처음부터 재산권의 박탈을 의도하지 않았거나 재산권의 강제이전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손실보상으로도 국가배상으로도 손해의 전보를 받을 수 없는 흠결구간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행정상 손해전보제도의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법리들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입법ㆍ사법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의 과도한 조치로 인해 국민의 재산적 이익이 수용에 갈음할 정도로, 다시 말해서 재산적 이익의 거의 모두를 박탈당한 경우 이를 국가가 보상하는 것은 법치국가 원리상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 문제를 재정적 이유 등으로 어찌 보면 스스로 고름이 터질 때까지 방치하고 있어 왔다. 한ㆍ미 FTA 비준을 앞둔 지금의 상황에서 간접수용의 위헌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히려 입법자인 국회의원들은 간접수용의 위헌성을 따지기에 앞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의 흠결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관심과 노력도 경주하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어떠한 정책으로 재산권의 전부 또는 거의 전부를 잃었을 때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인가. 법무부는 향후 외국인 투자분쟁에 대비해 국가 정책에 대해 사전 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종국적으로는 국가 정책의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이익이 될 것이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는 국가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라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는 간접수용의 위헌성을 따지는 군색한 자기 변명을 하기보다는 한ㆍ미 FTA를 국가정책의 선진화를 위한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졸속행정, 탁상행정, 편의주의적 행정을 벗어나서 정책의 파급효과와 그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평가해 정책의 투명성과적법성이 담보되도록 정책수립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이 기회에 간접수용의 본질적 취지인 재산권 보장시스템이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헌법 이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시스템을 개선하고 국가정책의 선진화를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 바른사회 바른법제사법센터 소장) 출처 - 매일경제 200. 4. 28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