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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못사는 나라 도와야 - 정인교
2007-04-23
우리도 못사는 나라 도와야 세계 경제발전사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국이 선진경제권으로 진입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리증진을 위하여 제공하는 증여 및 양허성 차관을 의미하는 공적 개발원조(ODA)다. 우리 역시 외국 원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일궈낸 나라이지만, ODA에 관한 우리나라의 실적은 초라하다. ● 해외개발 원조에 인색한 한국 먼저 국민 1인당 ODA 지원금은 고작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인 8달러로,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도 대부분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나라의 인프라 구축에 투입됨으로써 일본의 ODA 지원실패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후진국 경제발전과 긴급재난을 지원한다는 기본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원대상 국가와 지원 내용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임기응변식으로 조정되거나, 국제적 재난구호 활동에 마지못해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비난을 자초하곤 했다. 예를 들어 1999년 터키 대지진 당시 우리 정부는 고작 현금 7만달러 지원을 발표, 한국전쟁에 참전해 함께 피 흘린 우방에 대한 결례라는 비난을 샀다. 2005년 남아시아 쓰나미 참사 때도 당초 60만달러 무상지원 방침을 내놓아 또다시 국제 구호활동에 소극적이고 인색한 국가라는 인상을 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개도국 지원규모를 단기간에 확대할 경우 예산 부담이 크겠지만, 한층 근본적인 이유는 해외원조를 재정 낭비로 보거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000억달러를 넘는 수출을 기록했고, 미국과의 FTA 타결로 세계적 통상국가의 기반을 굳혀 가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한류열풍,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 등으로 국가 이미지도 크게 높아졌다. ODA 공여규모 확대는 국제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되갚는 차원을 넘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기업 및 국민의 해외 진출을 돕는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다. ODA가 국익 실현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는 점을 아는 선진국들은 국제 개발협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이론 개발과 더불어, 국민의 인식 개선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5년 대외원조개선 종합대책에 이어 지난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주요 제도 개선 및 중ㆍ장기 전략을 내놓았다. 기금 규모를 늘리고 경협효과 극대화를 위한 지원전략을 체계화하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ODA 정책이 여전히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협력보다 국내 기업의 수주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한다. 최빈국보다 우리 기업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중점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 국제사회 기대에 부응하도록 다행히 최근 정치권에서 ODA 지원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장기적 국가전략과 국제협력 비전을 바탕으로 ODA 지원정책을 수정하고, 2009년 DAC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개도국이 우리나라를 모델로 경제발전을 기획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에 우리의 개발경험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소프트웨어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하드웨어적 지원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 유치를 자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4. 23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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