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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적십자회담 이대론 안된다 - 남주홍
2007-04-17
남북적십자회담 이대론 안된다 13일 금강산에서 끝난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은 과연 이런 식의 회담이 계속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감정대립만을 자아내고 국민 정서에도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적십자회담은 문자 그대로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에 관한 순수히 비정치적 사업이며, 이산가족 상봉이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같은 적대적 분단이 빚은 상혼을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조건 없이 치유하자는 데 그 근본 목적이 있다. 그래서 남한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60여명의 미전향 장기수를 일방적으로 북으로 송환해 주었고, 그 후에도 해마다 쌀과 비료 약 30∼40만t을 사실상 무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럼에도 북측의 반응은 미미하다 못해 아예 고답적이고 정치공작적이기까지도 해 무작정 이끌려 가기만 해온 지난 10여년의 정부 태도에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에도 북측은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만 허용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남한가족 상봉을 본격 추진하자는 남측 제안을 거부했다. 한술 더 떠 “국군포로와 납북자 같은 용어를 쓰면 회담 진행이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자 정부가 이에 굴복한 실로 어이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소위 ‘좌파정부’의 북한 눈치보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북핵 해결을 위한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를 북측이 시한을 넘긴 분명한 위반상황에서도 쌀과 비료를 포함해 대규모 대북지원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적십자회담의 ‘무성과’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 규모의 평양 적십자병원 현대화 지원에 합의해 줬으며 42개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117억원을 주기로 했다. 앞으로 결코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의 혈세를 이렇듯 선심 베풀듯 쓰면서도 ‘대북지원은 아무리 퍼주어도 남는 장사’라는 황당한 자기기만에 빠져 오직 회담을 위한 회담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돈 주고 뺨만 맞는 꼴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무릇 쌍무회담이란 명분이 없으면 실리가 있든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돼야 제대로 진행되는 법이다. 북핵 해법에 관한 2005년 9·19공동성명과 지난 2월의 2·13합의는 나름대로 이 요소가 안배됐기 때문에 성사된 것이나 그나마도 작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핵 문제는 장기화될 것이고 결국 또 다른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병영 국가인 북한의 의사결정과정이 예측 불허일 뿐만 아니라 협상의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지 않으려는 전투적 특성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남북적십자회담은 결렬을 각오하고서라도 국군포로와 납북자라는 표현을 당당히 써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남한 가족과 상봉을 제안할 것이 아니라 조건 없는 송환을 요구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만 하게끔 만든 것도 크게 잘못됐다. 당연히 고향방문을 추진했어야 옳다. 그것이 바로 ‘접촉을 통한 변화’의 지름길이다. 굳이 독일의 경험을 들 것도 없이 80년대 재일 조총련 동포의 한국 고향방문단을 허용한 것이 바로 조총련 변화의 촉매제로 작용하지 않았던가. 쌀과 비료 지원도 아예 인도주의 명분으로 제도화하되 그 대신 반드시 분배의 투명성을 조건부로 해야 한다. 물론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남측 제의와 ‘변신’을 모두 거부할 것이다. 체제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원 없이는 그 안보가 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도 회담의 주목적이 돼야 한다. 시간은 결코 북측에 있지 않다. 지금 우리 국민은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는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더 위태롭게 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 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4. 17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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