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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말 ‘권력구조 개헌’에 집착 말라 - 성재호
	2007-04-13
임기말 ‘권력구조 개헌’에 집착 말라 산에 올라가서 외쳐도, 계곡에 가서 외쳐도 메아리는 항상 외친 소리가 되돌아온다. 개울에 아무리 조그만 돌을 던져도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 나간다. 이렇듯 자연은 외침에 대해 메아리로 대답하고, 동심원과 같은 파장으로 반응하는 것이 섭리다. 대부분의 국민은 현 정부 아래서 개헌이 발의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치권에서는 5당 원내대표가 모여 차기 제18대 국회 초반에 개헌 문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같은 날 청와대는 개헌발의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메아리 법칙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조건부였지만. 그날로 많은 국민은 청와대의 메아리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치권은 청와대의 개헌 유보 발언에 동심원을 그리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국민의 여론과 정치권의 인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전날의 발표를 뒤엎고, 한나라당이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포함한 개헌 추진을 16일까지 당론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18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아리가 되돌아오면서 외친 사람에게 도달하기 전에 그 소리가 바뀐 것이다. 또다시 정치권과 여론은 대통령의 태도를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현재 5년 단임제로 돼 있는 헌법상의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맞춰 4년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개헌의 적기는 앞으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맞물리도록 만들 수 있는 지금이라고 주장한다.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이 발표된 후 9차례나 헌법이 바뀌어 오는 동안 가장 선순위의 개정 대상은 국민의 기본권과 같은 본질적 부분이 아니었다. 오로지 권력구조라는 정치적 타협 결과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1987년 10월29일 제9차 개정헌법에 의해 20년 동안 4명의 대통령이 선출됐고, 정치권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나름대로 현행 헌법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임기 말에 이른 노무현 대통령이 뜬금없이 4년제 중임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대통령을 해 보니 제도적 한계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대통령의 임기가 짧다거나 중임이 허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행 헌법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 나가지 못한 스스로의 한계를 제도 변경으로 돌파하려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이런 생각은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입증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원래 의도한 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집권층이 아쉽다고 판단해서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성급히 바꾸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국민과 정치권 일반의 의사와 상반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메아리는 외친 사람의 소리 그대로 되돌아오는 것이 섭리인데, 개헌과 관련해서는 엉뚱한 반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 위도 아니고 계곡 속도 아닌, 도심 한복판의 복잡한 소음 속에 있기 때문인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일정한 무리수를 둘 수 있다. 개헌 논의를 지핀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 이뤄진 것일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충돌하는 것이라면, 그 의견을 형평성있게 검토하여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자두나무 밑에 가서 갓을 고쳐 쓰고, 참외밭에 가서 신발끈을 고쳐 매고자 하는 것이 의도적인 게 아닌가 저어하는 국민의 의혹을 부당하다고만 하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의 섭리대로 메아리가 들리고, 동심원이 번져 나갈 수 있도록 냉정과 침착을 되찾아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4.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