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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화 왜 자꾸 미루나 - 정갑영
	2002-10-30
민영화 왜 자꾸 미루나 전력이나 가스산업의 민영화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비효율적인 공 공부문을 과감히 수술하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가? 아니면 기간산 업을 민간의 손에 넘기고, 요금만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는 항상 너무 나 대조적이다. 이런 갈등에 편승하여 국회는 이번에도 민영화의 "뜨거운 감자”를 외면해 버렸다.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안이 상장된지 1년 만에 국회가 내린 결론은 다시 "심의 보류”라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 깎아 먹는 일에 앞장서지 않겠다는 것일까. 지금 법안을 개정해도 5-6년 후에나 민영화가 가능한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정치권의 태 만으로 경제만 멍드는 셈이다. 마냥 미루기만 한다고 갈등이 해소되 거나, 문제의 본질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과연 성공하는 민영화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아니면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인가. 실제로 세계는 80년대 후반부터 민영화의 열풍 속에 휩싸여 있다. 우 편 서비스는 기본이고, 경찰 서비스와 공적 연금의 운용, 우라늄의 농축, 교도소와 경찰에 이르기까지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것” 이 민영화되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성공한 민영화도 있고, 실패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후자만 보면 민영화는 사회악이고, 전자만 보 면 민영화는 너무나 절실한 과제다. 교통부를 민영화하여 4,500명이 넘는 직원을 60명선으로 줄인 뉴질랜드의 민영화 혁명에 대한 평가도 보는 시각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대부분 뉴질랜드에 르네상스를 가 져온 업적이라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형적인 민영화의 실패라고 혹 평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평가마저 양극화되어 있을까. 노조의 관점에서는 일자리가 ,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가격이, 정부에게는 민영화 업적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역시 국민경제의 관점에서는 효율성과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민영화를 통해 주인이 바뀐 후에도, 가격이 올라가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민영화 가 항상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인하를 가져왔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실패보다는 성공한 사례가 월등히 많다. 통신은 물론이고, 가스 와 전력도 효율성이 높아진 사례가 많다.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가름 하는가? 실증적 사례를 분석하면 민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가 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공기업의 독점적인 시장구조가 민영화를 통해 경쟁체제로 바뀌 어야 한다. 독점사업을 그대로 민간에 넘겨주는 소유권 이전이라면, 이런 민영화에서는 효율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가격인하는 커 녕 오히려 민간독점의 횡포를 우려해야 한다. 따라서 민영화와 함께 신규기업의 진입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자유로운 시장경쟁 이 촉진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미의 민영화가 실 패한 것도 대부분 이 조건을 위배하였기 때문이다. 경쟁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전력과 가스는 물론 시장경쟁 이 가능한 것은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둘째,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서비스는 민영화 이후에도 적절 한 규제기구가 필요하다. 가스와 전기, 통신과 같이 관(管)이나 망으 로 연결된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이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제조 업 제품과 달리 서비스가 나쁘다고 공급자를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 이다. 전력과 가스, 통신 부문에 규제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흡한 시장경쟁을 규제기구가 보완하여 부당한 소비자의 권익 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이후에 가격이 상승한 사례는 어 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부분 정부의 보조금 삭감이나 잘못된 규제에 서 비롯된 것이다. 사라진 보조금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민영화 에서 유발된 것이 아니다. 보조금은 수익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 른 사람이 엉뚱하게 부담한 부분이다. 보조금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시장을 더 왜곡시킬 뿐이다. 민영화가 성공하면 오히려 근로자의 우려도 줄여줄 수 있다. 시장의 인센티브가 강화되면 근로자의 후생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 련산업이 발전하면 오히려 고용규모도 증가할 수 있다. 실패사례에 집착하여 더 이상 본질을 왜곡하지 말자. 역시 공공의 독점보다는 시 장경쟁이 후생을 증가시킨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 / 동서문제연구원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2.10. 30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