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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법보다 정책으로 풀어야 - 김태기
2007-04-12
[보고서]유권자가_변해야한다_4.pdf
노동시장, 법보다 정책으로 풀어야 정부가 최근 노동보호 관련법을 강화하려 하자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지 않아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킬 뿐 고용창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노동법 자체가 노사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정부의 추진시점이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어 노동보호 관련법을 둘러싼 노사의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소지가 있다. ● '3불 입법' 실질 혜택 의문 법안의 골자는 비정규직 차별, 연령 차별, 성별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를 위한 입법,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입법, 남녀고용평등 및 직장ㆍ가정생활의 양립지원을 위한 입법 등 이른바 '노동 관련 3불 정책'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파견법 시행령을 고쳐 불법파견 관련 사내 하도급을 규제하고, 비정규직 운용 실태를 노동계와 공동으로 조사해 비정규직 남용방지와 차별시정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친노동법이 필요한 이유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과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을 내세운다. 차별을 금지하면 비정규직, 저출산, 조기퇴직 같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실과 괴리된 노동관련법은 입법과정에서 노사갈등을 더 부추기고, 때로는 본말이 전도돼 해법 찾기에 투입해야 할 아까운 시간마저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간신히 도입한 법이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가 특수해 법으로 이해관계를 푸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수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대기업과 대다수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으로 나뉘어져 있고, 중소기업은 노동법을 제대로 적용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다. 이처럼 노동법이 노동시장의 현실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보호 법제를 강화해도 정작 보호 대상인 생활이 어려운 다수의 노동자들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에게는 노동법적 보호보다 경제정책과 산업ㆍ복지정책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노동법이 노동시장의 현실과 관행에 어느 정도 부합할 때 노동법을 통한 노동문제의 해결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정책의 수단을 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 산학협력이나 직업훈련, 급여체계의 개선 등 노동시장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소홀히 다루게 되었다. 그 결과, 노동시장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이 점점 더 살기 어렵게 되는 악순환의 덫에 갇혔다. 노동법은 노사의 이해관계 갈등을 대립적으로 해결하는 반면, 노동시장 정책은 노사갈등을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실 노동문제는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대립적인 성격보다 노사의 이익이 공존하는 통합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법 지상주의에 경도되면 노동문제를 노사의 상생보다 대립과 갈등이란 관점에서 접근해 소의 뿔을 고치려다 소뿔을 뽑아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기 십상이다. ● 노동시장 환경개선 힘 써야 정부는 양극화나 저출산 문제가 악화하고 있는 근본 원인이 법의 미비 같은 제도적 요인보다 노동시장의 총체적 악화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노사정은 노동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기업이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맞벌이 부부가 미래에 대해 희망을 느끼고 흔쾌히 출산을 할 수 있도록 교육비나 주거비를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령자에게 적합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교수ㆍ분쟁해결연구소장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한국일보 2007. 4. 1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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