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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대적 M&A, 방패 있어야 - 윤창현
	2007-04-12
	[보고서]유권자가_변해야한다_3.pdf
적대적 M&A, 방패 있어야 기업이 대형화나 다각화를 달성하는 손쉬운 방법은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동일한 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면 대형화가 달성되고,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을 인수하면 다각화가 가능하다. M&A를 통해 일단 빠르게 글로벌 독과점 수준을 달성하면 그 다음부터는 장기 생존을 도모하기가 쉽다. 지금 전 세계에는 M&A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철강.정유, 그리고 신흥시장 진출 욕구가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미국 투자자들이 국내법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되면 미국 자본의 M&A 시장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내 기업은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책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중 절반 정도(50.3%)가 적대적 M&A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비하고 있다는 기업도 주로 대주주 지분과 자사주가 방어 수단이라고 답했다. 경제발전에 성공해 어느덧 세계 12위권에 이른 우리 경제에도 좋은 기업이 즐비하다. 이 중 일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탐을 낼 만큼 기업 내용이 건실하다. 일부에서는 자본에 국경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자본에는 국경이 없어도 자본가에게는 국경이 분명히 있다. 칼 아이칸이나 조지 소로스가 한국에서 돈을 벌었지만 한국에 막대한 기부를 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귀납적 접근을 해보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전략을 혼자 짜지 말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잘 보면서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는 방법이다. 세계를 둘러보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기업들에 적대적 M&A에 대한 각종 방어장치를 마련해주고 있다. 차등의결권, 황금주, 이사의 국적 제한, 포이즌 필 등 다양한 방어장치가 도입되어 있다. 특히 미국은 외국인의 M&A에 대해 종합무역법 내의 엑손플로리오 조항에 따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저해되면 M&A를 금지할 수 있다. 혹자는 이 제도가 적용된 예가 매우 적다고 하지만 이 조항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 기업에 대한 M&A를 포기하는 기업이 꽤 있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제도는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역사는 그리 길지 못하다. 특히 산업자본은 키워냈어도 금융자본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선진국이 시행하는 정책을 보면 자국 기업을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지난 몇 년간 우리 기업들은 번 돈으로 부채를 갚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사용하면서 미래를 위한 씨앗은 별로 뿌리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부채비율은 동종 산업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2005년 말 기준 우리 대표기업의 부채비율은 99.5%로 세계 주요 기업 부채비율(182.3%)보다 82.8%포인트나 낮다. 투자 확대보다는 현금 보유 비중을 더 늘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민소득 세계 10위권 밖에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 부채비율이 세계 수준의 기업에 비해 낮은 것은 한마디로 미래를 위한 씨앗을 덜 뿌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되기에 좋은 조건이다. 현재 우리 기업은, 공격하는 창은 날카로운데 방패가 영 시원찮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자본 우대 분위기 속에서 무장해제를 당한 탓이다. 포이즌 필 같은 대표적 방어장치도 도입되어 있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5% 룰'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향후 글로벌 기업의 공세가 상당히 강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에도 좋은 방패를 마련해줄 때가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중앙일보 2007. 4.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