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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개혁 끝장을 보라 - 안종범
	2007-04-10
국민연금 개혁 끝장을 보라 국민연금은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악령에 시달려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12월16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장에서 나온 이른바 ‘용돈제도’ 논쟁이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국민연금의 조금 내고 많이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는 그대로 둔 채 연금을 40% 수준으로 깎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무현 후보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연금을 깎으면 용돈제도가 된다며 반대했다. 만일 당시 ‘용돈 발언’이 없었다면, 다시 말해 두 유력 대선 주자들이 연금재정 안정화의 필요성에 동의했었다면 하루 800억원씩 연금 부채가 쌓인다는 걸 감안할 때 약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포퓰리즘 사례는 지난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날 밤에 만들어졌다. 국민연금법 개정 정부안과 한나라당 수정안이 모두 부결되고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례의 책임은 기본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책임은 유시민 장관에게 있다. 국민연금법 바깥에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갖고 절충안이라면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연금재정 안정화 노력이 무산돼 책임지겠다면서 사퇴를 표명하는 자체도 포퓰리즘일 수 있다. 지금 정부 안으로도 적립기금이 2060년쯤에 고갈된다는 점에서 시한부 생명을 조금 연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포퓰리즘과 무관하려면 장관으로 남아 제대로 된 절충안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 아직 희망은 있다. 민노당까지 한나라당 안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80%의 대상에 18만원을 주자는 한나라당의 수정안에서부터 출발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 안은 사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합의한 기초연금안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별도의 법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이미 기초연금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기존 국민연금과 중복되므로 자칫 국민연금의 틀을 크게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분리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 대상을 확대하면 기초노령연금은 여기에 자동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대신 돈이 덜 들어가는 기초연금으로 수정하면 된다.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이원화하는 것은 국민연금을 정상화하고 선진화하는 핵심이다. 이미 1997년 국민연금개선기획단에서 다수 안으로 채택되기도 했던 이 안은 세계은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도 권장했던 안이다. 이원화의 이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적어도 소득비례 부분만은 그토록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 파악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 앞으로 통일에 대비해서도 기초연금이 일종의 버퍼(Buffer·완충기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주요 장점이다. 통일 후 북한 주민이 보험료 납부 실적이 없더라도 기초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의 4대 연금을 통합하게 되면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도 자동으로 풀리게 된다. 즉 기초연금을 통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고 소득비례 부분은 별도로 운영하면 지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이번에는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타협을 이끌어 내자. 그래서 국민연금 주변에 맴돌고 있는 포퓰리즘 악령들을 떨쳐버렸으면 좋겠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4.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