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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교육체제 구축 급하다 - 사공일
	2007-03-26
새 교육체제 구축 급하다 최근 들어 정부가 고집하고 있는 '교육 3불(不)정책'은 한국 교육의 밝은 내일을 위해 철폐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22일 열렸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3불정책에 관한 공약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마저 나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번 대통령선거 전에 '이젠 교육 대통령이다'라는 제하의 칼럼(중앙일보 2002년 1월 28일자)에서 교육 부문의 진정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안목과 자질을 갖춘 교육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혹자들은 기존 교육 제도하에서도 우리 경제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많은 후발 개도국이 부러워하는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문맹 퇴치 정도의 초등교육 보편화만으로도 과거 '농경화 시대'나 '산업화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무한한 창의력과 지식의 수월성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나 국가 경쟁력 향상이란 측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과거 산업화 시대의 교육방식과 제도는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바뀌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개혁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수월성보다 보편성을 강조하고 평준화를 지향하는 3불정책이 고수되고 있어 걱정하는 소리가 높은 것이다. 3불정책으로 일반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공(公)교육이 제대로 이룩되지 않는 한 높은 교육열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양질의 사(私)교육과 외국 유학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의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서민 계층 자녀들은 이러한 사교육과 외국 유학의 수혜를 받기 힘들다는 데 있다. 그 결과 교육을 통한 세대 간 소득 재분배 기회, 혹은 사회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은 그만큼 제한되고 소득 분배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즉 서민들의 사교육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3불정책이 아이로니컬하게도 가난의 대물림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교육의 근본 해결책은 공교육을 바로잡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공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추가 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크게 올려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 엄청나게 지출되고 있는 사교육 자금, 즉 민자(民資)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3불정책으로 막혀 있는 기여입학제도도 정원 외에서 잘 운용된다면 가난한 학생들의 학자금 마련,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교사의 처우 개선, 교수진의 연구와 실험에 필요한 재원 확보와 교육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조선.반도체.자동차.철강 산업 등은 이미 세계 최강의 반열에 들어 있다. 그런데 교육 부문은 어떤가. 세계대학 순위 50위 안에 들어 있는 대학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세계적 수준의 우리 교수진과 학생의 우수성 및 높은 교육열을 감안할 때 자율과 개방, 그리고 경쟁을 제한하는 3불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의 교육체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3불정책을 폐지하고 자율과 개방을 통한 경쟁이 존중되는 새로운 교육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토지나 자본이 아닌 지식과 사람이 가장 중요한 지식기반 경제시대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높은 교육열을 가진 우리에게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제공하는 기회다. 올바른 교육체제 구축으로 모처럼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바른사회 고문) 출처 - 중앙일보 2007. 3.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