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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대통령을 보고 싶다 - 손태규
	2007-03-26
언론대통령을 보고 싶다 오로지 언론의 칭찬과 아부만을 듣기 원하고, 언론을 마음대로 부리려는 생각은 독재자들만이 갖는 것이 아니다.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독재 정권 이후에도 우리는 좋은 경험을 했다. 이른바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이나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도 언론을 손아귀에 틀어쥐려는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언론을 수단화 했던 것이다. 기자들을 아무 때나 중앙정보나 안기부 지하에 끌고가 치도곤을 먹이던 군사독재 정권의 행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민주화 투쟁을 상징하는 두 대통령 역시 언론 조종과 통제의 구습을 버리지 못했다. 여러 가지 합법적 장치를 동원, 교묘하게 언론을 길들이려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응징과 보복을 서슴지 않는 그를 보면 선배 대통령들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은 어떤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의 언론철학은 국가발전의 장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정부나 권력집단에 의해 제한되고 구속되는 한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참된 민주주의는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정치토론과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두려움 없는 비판이 이뤄지며, 정보와 지식의 소통이 자유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정치체제를 요구한다. 이러한 체제 속에서 국민들은 개인의 자아를 발전시키며 성숙된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문화적 경제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자유에 대한 국민적 몰이해는 심각하다. 언론자유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만을 가진 정권을 오랫동안 경험한 탓이다. 그 때문에 한국인의 언론자유에 대한 인식은 막연하거나 모호하며 권위주의적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임은 알고 있으나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는 잘 모른다. 설사 중요한 가치라고 간주하더라도 오용과 남용의 위험이 큰 것이기 때문에 늘 규제하고 제한해야 할 가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치적으로 지극히 안정된, 잘 사는 나라의 국민들이 향유하는 가치이지 우리에게는 아직 완전한 언론자유는 사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늘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정체 현상은 바로 언론자유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줄 아는 덕목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사회의 기본 가치로써 언론자유를 어떻게 정착시키며, 언론자유의 확산을 위한 메커니즘으로 언론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정치적 의도와 목적으로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제한하려는 시도를 두려워하고, 그 시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러나 대선후보 누구도 진정한 언론철학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국민은 여전히 홍보의 대상이며, 언론은 그 도구일 뿐이다. 차기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과감하게 정부와 그 정보를 공개할 용의가 있는가. 언론 간섭과 규제를 위한 정부의 각종 제도와 기구를 없앨 용의가 있는가. 경제보다 언론자유가 훨씬 소중하다고 외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부 / 바른사회 바른언론포럼 회장) 출처 - 국민일보 2007. 3. 21 국민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