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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대적 M&A 방어장치 시급하다 - 전삼현
	2007-03-20
적대적 M&A 방어장치 시급하다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2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걱정하면서도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4개 중 1개사는 현재 경영권 유지가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이 통계자료는 최근 세계 3위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로부터 M&A 위협을 받고 있는 사실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적대적 M&A란 가치가 높은 소규모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여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잘만 하면 남이 피땀흘려 일궈놓은 수확물을 통째로 가로챌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적대적 M&A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있다. 우선 자금력과 전략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 회사의 가치가 평가절하돼 있고, 대상 회사의 저항이 적어야 한다. 특히, 후자의 요건은 성공적인 M&A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 방법을 통해 규모의 경제는 물론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이익을 누려 왔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평가절하된 국내 기업들은 외국자본으로서는 군침 도는 먹잇감이다. 더욱이 국내 법제도마저 이들을 꽁꽁 묶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니 금상첨화임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진통 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진통 쯤으로 생각하기에는 우리 기업 현실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각하다. 우선, 국내 기업들의 방어 방법이 전근대적이면서 제살 깎아먹기 식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그나마 대비를 하고 있다는 대기업들 가운데 95.4%가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만을 택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현재 위협을 받고 있는 포스코나 삼성전자, SK 등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이익배당할 돈이나 투자할 돈을 자기주식 매입에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동력이 소멸됨은 말할 것도 없고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런 방법들은 임시미봉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서서히 국가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더한 진통이 필요하다고 보는 정치권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경영권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경영권 인수 방법과 방어 방법 모두가 잘 발달해 있다. 미국의 경우 S&P 500대 기업 가운데 93.6%가 적대적 M&A 위협시 ‘포이즌 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기업 가운데 각각 55%와 36%가 ‘차등 의결권제’를 도입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법이 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 상법이 자본 충실의 원칙과 주주 평등의 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하고 있어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위법행위가 된다. 심지어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이나 금산분리 등과 같은 출자 규제를 통해 방어 기업이 우호 세력을 확보하는 일마저 어렵게 한다. 최근에는 출자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을 제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당면 과제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3.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