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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협상의 마무리전략 - 김태기
	2007-03-14
	factbrief_2016_0118_1.pdf
한미 FTA 협상의 마무리전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해 2월3일 시작된 지 13개월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12일 끝난 제8차 협상에서 자동차·농업·섬유 등 3대 핵심 쟁점 분야를 고위협상에 넘기고 나머지 일반 쟁점은 대부분 합의했다. 협상 시한에 쫓기면서 진행된 제8차 협상은 예상보다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협상의 시한을 20% 남겨두고 80%가 합의에 도달한다는 협상의 경험칙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제8차 한미 FTA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해서 최종 합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슈가 많고 복잡할수록 합의서에 서명을 해야 협상이 끝났다고 안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합의한 내용은 잠정적이기 때문에 최종 단계에 가서 그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최종적이지 않는 한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협상의 격언이다. 사실 그동안의 협상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가 쇠고기 뼛조각 문제나 섬유의 원산지 문제 등에 대해 미국측 협상팀에 입김을 불어넣을 때마다 꼬여 왔듯이 핵심 쟁점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의 최종 결과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 고위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핵심 쟁점 분야에 집중될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와 섬유, 미국은 농산물 분야에서 각각 공세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은 한국 농업시장의 완전 개방을, 한국은 미국 섬유시장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한국은 미국의 관세 철폐를,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세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 쟁점 분야는 이해관계 집단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합의 결과에 따라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고 직접적일 뿐 아니라 양국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주고받기 등을 통해서 합의에 이를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쟁점을 고위협상을 통해서 다룰 계획이다. 실무협상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위협상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위 당사자들이 대담한 양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실무자들은 합의의 패키지를 다양하게 만들어 선택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패키지를 만드는 데 과욕은 금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충족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소한 문제에 욕심을 부려 협상이 결렬돼 손해를 보는 승자의 저주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협상 당사자의 레벨이 고위급일수록 의사결정에 있어서 정치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 한미 모두 FTA 체결로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인식하고 있고, 군사동맹 위주의 한·미 관계를 경제사회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분위기상 양국 지도자 모두 FTA 협상을 성공시킬 필요성을 크게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 모두 그동안 외교안보정책에 있어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FTA 체결은 그만큼 더 소중한 성과가 될 수 있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일수록, 이슈가 미묘할수록, 당사자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협상 진행에 대한 평가나 전망에 대한 언급은 조심해야 한다. 국가끼리의 협상은 국내 정치와 외교의 양면성이 작용한다. 자국의 여론을 의식해서 한 발언이 상대국을 자극해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실익이 없으면 한미 FTA 체결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13일 발언은 국익을 거듭 강조한 원론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자칫 한국의 협상 태도에 대한 미국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협상의 마무리 단계는 합의에 가까워졌지만 협상을 끝내기에 아직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또한 협상 당사자들은 협상을 서둘러서 종결하려는 심리가 작용해 결정적인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이 대외 협상에서 항상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정부가 협상의 마무리 오류를 범한 데서 비롯된다. 한국은 19일 열릴 한미 FTA 고위협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분쟁해결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3.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