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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의 경제 위기론 - 안종범
	2007-03-13
	fact_2016_0114.pdf
이건희 회장의 경제 위기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정신 차리라고 했다. 1993년에는 삼성 직원들을 향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한 말처럼 들린다.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그룹의 총수가 던진 이 말은 지금 이대로면 힘들다는 경고와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벌써 수년째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강세, 고유가, 가계부채와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등 곳곳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형편이다. 인도에 이어 브라질에도 추월당했다고 원통해 하는 것도 어찌 보면 한가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와의 경쟁보다 우리 스스로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고질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압축성장 시기에 잘못은 있지만 여전히 가진 자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의심과 미움으로는 결코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경제위기 조짐에는 정부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있지만 이는 집단이기주의에 늘 흔들리고 또 원칙을 엄정히 내세우는 것을 마치 냉혈한 신자유주의자로 인식할 정도로 이념에 집착하고 있다. 또 정책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이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도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꺼리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한다. 이제는 확 바꾸어야 한다. 특히 의식 개혁을 해 한다. 첫째, 정부의 시장 의식을 바꾸어 엄정한 규정의 적용 말고는 모든 것을 민간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지금 두껍게 쳐진 규제 장벽을 허물어 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대형 토목사업을 한다거나 재정을 투입해서 경제를 일으킨다는 의식 또한 이제는 접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대형 국책사업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목격하고 있다. 21세기에는 토목공사와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정부 행정 서비스 체계의 개혁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대이다. 의식 개혁은 우리 국민에게도 필요하다. ‘냄비근성’으로 표현되는 의식구조는 늘 쏠림 현상을 야기하고,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원치 않는 곳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수한 젊은이들이 모두 의대로만 몰리는 의대 쏠림 현상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계, 법계, 경제계로 골고루 투입된 결과 우리 기업 성공의 원동력이 됐고 나아가 고도성장이 가능했다. 이제 우리가 믿을 구석은 사람밖에 없다. 그러기에 사람에 제대로 투자하는 것만이 20∼30년 후를 보장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하겠다. 전문가의 의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이로 인해 비전문가 또는 이해당사자가 국론 결정 과정에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가 지금 앓고 있는 무원칙과 무책임 국정 운영이라는 고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에게 맡겨서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할 중요한 국정 이슈들에 대해 이념을 들먹이고 끝장 토론을 하자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이념보다는 과학이, 그리고 토론보다는 분석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다음 대통령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드리워진 경제위기의 그림자를 거두어줄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런 지도자는 뭔가를 보여주려는 ‘인기 영합 지도자’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려는 ‘반듯한 지도자’여야 할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3.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