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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일 압력의 세계화' 네트워크를 - 김진현
	2007-03-09
'대일 압력의 세계화' 네트워크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하여 ‘망언’을 거듭하는 것을 나는 아주 환영한다. 그가 신도 예복을 차려 입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광경이 빨리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아니 아키히토(明仁) 일왕마저 1975년 이후의 관행을 깨고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참배했으면 한다. 그럴수록 때로는 무지(無知) 때문에, 때로는 얄팍한 경제 이익이나 단기 안보 이익 때문에 일본 주류의 반(反)문명성, 반역사성, 반인간성, 반이성에 눈감는 세계가 일본을 향하여 인간, 이성, 영성의 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UN과 미 의회와 국무부,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영국·네덜란드 정부가 직접 반대할 수밖에 없고 세계 언론과 지성이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물론 외상, 문부과확상,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 현직 최고 집권 책임자들의 일본군위안부, 역사 교과서, 헌법과 교육법 개정, 핵 보유 논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제기하는 망언들은 그들의 소신이요 이념이다. 전술적 발언이 아니다. 이들이 모두 전후(戰後) 출생의 풍요 세대이며 민주시민 교육을 받은 최고 엘리트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의 여론도 이들 국수주의자편이다. 개개 정치인의 한 발언, 한 이슈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치 주류를 어떻게 개혁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왜 일본은 교육과 개방, 국제화가 높아지고 첨단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어갈수록 정치는 우경화, 국수화, 사무라이화로 치달을까. 전후 출신 정치인들이 왜 아버지들보다 더 반근대적인가.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반동,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반발, 일본 땅을 넘어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위협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본질은 아니다. 일본의 주류는 아베나 아베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나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외압(外壓)이 있을 때만 변한 척, 변색했을 뿐이다. 고이즈미 총리 이후 망언이 부쩍 는 것은 탈냉전 이후 일본에 대한 외압이 풀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치 주류는 메이지유신 때의 국수주의 주류가 전전(戰前)이나 전후나 오늘까지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구획된 시민사회는 있으나 시민국가는 아니다. 엄연히 천황과 부락민과 외국인(특히 한국, 중국인)에 대한 터부가 존재하는 신분사회, 닫힌 정치사회이다. 일본은 한 번도 시민, 지식인, 야당에 의하여 정권이 바뀌고 헌법이 개정된 적이 없다. 일본의 의미 있는 개혁과 개방은 오직 외압과 패전으로만 가능했다. 아베류 국수주의 본류를 제거하는 것은 ‘일본 외압의 세계화’로만 가능하다. ①로마 교황, 슈미트, 리콴유뿐 아니라 미국의 일본계 혼다 하원 의원 같은 정치인을 오스트레일리아·영국·네덜란드에서 2차대전 참전군인 인맥 중심으로 찾아야 하고 ②미국의 존 다윗, 허버드 빅스, 오스트레일리아의 게이번 드스 같은 세계적인 일본 현대사 대학 교수 ③UN 인권기구와 세계 여성 인도주의 관련 NGO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구성, 외압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일본에 양심적인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있으나 한계가 있다. 일본을 상대하려면 일왕을 상대해야 한다. 일본의 개혁을 일본 안에서 주동할 수 있는 힘은 시민세력도 기업계도 대학도 아니다. 오직 일왕뿐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그 결과는 모리시마 미치오 교수의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의 결과가 기다릴 뿐이다. 정치가 나빠서 국민이 무기력하고, 국민이 무기력해서 정치가 나빠지는 악순환과 세계에서 가장 고독하고 가장 자부심이 없는 일본 청소년의 등장처럼 일본 안의 내열(內裂)에 의한 몰락이다. 대한민국은 서쪽엔 3000년 중화주의와 공산체제의 반(反)문명, 동쪽엔 사무라이 일본주의의 반역사, 북쪽엔 김정일 세습폭력의 반인간을 상대하며 생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그만한 각오와 지혜와 능력을 갖고 있는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前서울시립대 총장 / 바른사회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7. 3.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