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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빚 550조원 - 최창규
	2007-03-08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빚 550조원 우리나라의 가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2006년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판매신용 31조원을 제외한 순수 가계대출 잔액은 약 550조원이었다. 이는 2005년말 잔액에 비해 11.5%, 금액으로는 약 57조원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2006년 4분기중 시중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가계대출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주택 구입 목적이 54.6%라고 한다. 물론 같은 기간중 가계 자산도 어느 정도 상승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율 추이가 2003년 7.6%, 2004년 6.8%, 그리고 2005년에 9.8%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일 통계청의 2006년도 가계자산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가구당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6.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굳이 통계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최근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가계가 처한 어려움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노무현 정부 동안에 안정되지 않고 계속 상승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은행 대출에 의존해 부동산 매입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가계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세율 인상에 따라 주택 관련 세금 부담이 늘었다. 그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사놓기만 하면 오르던 부동산 가격도 주춤거리면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득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경기가 나빠져 가계의 수입은 별로 나아지는 기미가 없는데다 각종 물가는 오르고 소득세율마저 인상된다고 한다. 대부분 대한민국 가계의 살림살이가 현재 이처럼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가계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계 소비가 진작되기 어렵다. 이는 다시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1998년 외환위기 때에는 대부분의 은행 대출이 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서 1차적으로 피해를 본 대상은 기업이었으며, 가계에 대한 피해는 다소 간접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만약 중국이나 미국의 경기가 경착륙하거나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가시화한다면 우리 가계에 미치는 피해는 매우 직접적이며 심각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규제 위주의 부동산정책, 또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정책의 적기를 놓친 정부 당국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급격히 상승시킨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이 많다. 하지만 정반대로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반시장적인 직접규제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노 정부 4년 내내 경험한 바와 같이 또다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책 당국이나 여야 정치인 모두가 냉정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 무리한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반짝 효과를 보려 하지 말고 시장원리에 기반을 두고 차분하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모두가 국민의 인기에 영합, 돈쓰기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원래 집안에서도 돈 못 버는 사람들이 돈을 더 헤프게 쓰는 법이다. 그러나 어렵게 돈을 벌어본 사람들은 오히려 돈쓰기를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 살림을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세금 쓰는 것을 정말 자기 돈 쓰듯이 아껴 쓰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따라서 소비 진작을 도와주며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3.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