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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정부'의 세금폭탄과 국가부채 - 윤창현
	2007-03-07
'큰 정부'의 세금폭탄과 국가부채 주지하다시피 정부는 돈을 ‘걷어서’ 쓰는 조직이다. 그래서 그런지 돈을 ‘벌어서’ 쓰는 민간조직에 비해 돈을 보는 태도가 방만하다. ‘필요하면 걷으면 되지’ 하는 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양출제입(量出制入)의 원칙이 작동 가능한 것이다. 쓸 곳을 먼저 따진 뒤 수입을 확보해도 된다는 얘긴데, 이는 돈을 ‘걷어서’ 쓰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가계는 어림도 없다. 양입제출(量入制出), 즉 들어올 돈을 평가하고 계측한 뒤에 지출을 통제하는 것이다. 정부하고는 접근이 다르다. 세금을 통해 국가는 돈을 걷어서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금으로 인해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왜곡이 발생한다. 세금이 포함되면서 가격이 변하고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서 민간 경제활동에 왜곡이 초래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금이 민간의 소비·투자와 관련한 유인체계를 변화시킨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 강조한 이론이 공급중시 경제학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세율 자체가 증가되도록 만든 누진세는 그야말로 ‘사회악’이다. 근로를 더하고 투자를 더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욕구를 좌절시키기 때문이다. 근로와 투자의욕이 좌절되면 경제 전체가 위축되면서 일자리 창출이 부진해지고 결국 그 피해는 모든 경제 주체, 특히 경제적 약자에게까지 미친다. 따라서 거꾸로 세금을 줄이되 특히 세율을 내리는 것은 돈을 더 벌려는 욕구를 자극하여 근로와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이에 따라 경제의 공급 측면이 활성화되면서 궁극적으로 경제 발전이 촉진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의 주장은 바로 이러한 감세가 가진 효과에 주목함으로써 상당 부분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고, 레이건 정부의 출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물론 그 후 레이건 정부 아래서 감세가 일어나면서 재정이 악화됐고 결국 쌍둥이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레이건의 감세 내지는 세율 인하 덕분에 월가를 중심으로 기업간 인수·합병 등 대형 금융 딜이 활성화됐고, 인수·합병의 위협을 느낀 기업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세금은 정부가 돈을 조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민간의 의사결정과 유인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전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23.3%였는 데 비해 세금 증가율은 35.0%에 이르렀다. 소득 증가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빨랐다는 얘기이고, 세금의 소득탄력성이 1.5에 달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돈을 더 벌면 세금은 훨씬 빨리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구조 아래서 민간의 경제활동은 위축될 가능성이 짙다. 그뿐 아니다. 정부는 돈을 걷어서 쓰는 것도 모자라 빚까지 내서 쓰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정부부채는 엄청나게 늘어나서 총부채가 2006년말 현재 286조원까지 늘어났다. 물론 모든 빚이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상환 가능한 금융성 채무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문제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빚을 진 이른바 적자성 부채다. 그런데 적자성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 약 31.8%(42조5000억원)에서 2006년말 42.3%(119조9000억원)로 늘어난 것을 보면 노 정부는 돈을 걷어서 쓰는 것도 모자라 빚까지 내서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 잘하는 정부’라는 허울을 빌려 공무원을 증원해 온 결과 ‘덩치만 큰 정부’가 돼버린 현실을 보면서 의도가 좋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제 정부는 ‘걷어서’ 쓴다는 의식을 버리고 ‘벌어서’ 쓴다는 기분으로 재정 집행에 임하기를 새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3.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