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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지역을 육성하자 - 송병락
	2007-03-02
한국의 대표지역을 육성하자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측면에서의 분석과 조명이 가능하겠지만 한 국가의 대표 기업과 지역의 개수만 살펴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후진국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지역도 수도(首都) 한 개가 고작이다. 반면 선진국, 특히 미국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많고 지역도 뉴욕.시카고.보스턴.LA.실리콘밸리 등 수없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이라 하기에는 대표 기업과 지역의 수가 너무 적다. 일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과 지역이 많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그런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 많다. 창원시는 호주의 신행정수도 캔버라를 벤치마킹해 건설됐는데, 캔버라를 잘 아는 한 대학교수는 창원시가 캔버라보다 경관도 아름답고 살기에 훨씬 좋다고 말한다. 지역적 특성에서도 캔버라는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평지에 건설된 인구 35만 명의 도시인 반면 창원시는 바다와 산이 모두 가까이 있는 인구 53만 명의 산업도시로서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 하지만 캔버라는 호주를 대표하는 세계적 도시인 반면 창원시는 그렇지 못하다. 울산시의 면적(1057㎢)은 홍콩과 비슷하지만 1인당 주민생산소득은 홍콩을 이미 크게 앞섰다. 울산시는 기반산업이 탄탄하며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제주도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면적을 합한 것보다 크며, 인구는 54만 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최고인 룩셈부르크(6만6000달러)보다 많다. 경기도는 인구 1100만 명으로 유럽연합(EU) 25개국 중 17개국보다 많고, 충청권(충남.충북.대전)은 인구 490만 명으로 싱가포르나 노르웨이보다 많다. 대구.경북과 호남권의 인구는 각각 530만 명으로 덴마크와 비슷하고 핀란드보다는 많다. 부산.경남지역의 인구는 홍콩과 같고 스위스보다는 조금 적다. 국가 대표지역을 육성하는 좋은 방법은 인구가 비슷한 선진국을 벤치마킹해 앞서 나가는 것이다. 즉 제주도는 룩셈부르크, 경기도는 스웨덴 또는 벨기에, 충청권은 싱가포르나 노르웨이 같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전 지역의 선진화는 국가의 선진화는 물론 국토 균형발전도 촉진한다. 국가 대표지역은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지역을 수도권과 동남연해지역(부산 등)으로 크게 양분하는 것이다. 둘째,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에 의한 8개 경제권이나 행정단위인 16개 광역 시.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셋째, 이천(도자기).안동(하회마을)처럼 더 작은 지역을 단위로 하는 것이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모두 중요한 시대에는 여러 차원의 국가 대표지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토정책이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개발에서 국가 대표지역 육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경기도는 서울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심장으로서 산업여건.생활여건.경관.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세계 어느 지역 못지않은 강점이 있다. 이 지역을 세계 반도체의 메카, 전자산업의 중심지, 도자기(이천)의 본향, 세계평화(판문점)의 토론장 등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 억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돼 상당 부분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앞으로 제주도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혼합형 자유도시가 되어 외국 공무원 임명, 투자기업에 대한 지방세 장기 면제, 무비자 입국 확대, 국.공유지 장기 임대 등을 할 수 있다. 다른 대표지역도 이런 혁신적 지역정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고유 기능(국방.치안.외교 등)이 아닌 것은 대폭 지방정부로 이전해 모든 지역이 국가 대표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여 미국의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춘, 일본 도요타시처럼 다양한 대표지역을 육성해야 한다. 끝으로 대표지역 육성의 핵심은 기업 육성이다. 기업 육성이 없는 지역 개발은 예산 낭비로 끝난다. 대표지역과 대표기업 정책은 같이 추진돼야 한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중앙일보 2007. 3. 2 중앙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