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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 원가 공개, 위헌 소지 있다 - 석종현
	2007-02-28
분양 원가 공개, 위헌 소지 있다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국회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오늘(28일) 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 처리를 논의하기로 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법의 원안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에 대해 집값 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반(反)서민적 행위’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바라는 정서는 법리상의 문제및 정책 효과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목적이 옳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공익목적을 위해 민간업체에 대한 원가공개라는 규제수단을 선택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 원가공개는 기업의 직업수행의 자유, 영업의 자유, 재산권 및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만일 주택의 원가공개가 입법화된다면 ‘판도라 상자’를 열어 놓는 것만큼이나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주택이 공공재라고 하지만 모든 주택이 공공재인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원을 지원해서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부가 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올라간 주택법 개정안은 원가공개 대상에 정부가 직접 짓는 공공아파트뿐만 아니라 민간이 택지를 개발해 짓는 수십억원 하는 고급 주상복합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억대가 넘는 외제 수입차나 수천만원 하는 명품 핸드백까지도 공공재라며 원가공개와 가격 규제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같은 논리로 주택만큼이나 일반인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승용차·이동통신요금은 물론 서민들이 애용하는 설렁탕과 같은 대중음식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민간업체가 짓는 주택의 원가를 공개하는데 왜 다른 업체가 생산하는 상품의 원가는 공개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원가를 공개하는 사례를 나는 보지 못했다. 집값 안정이라는 정서를 무기로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헌법을 무시하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적인 법안이다.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 수단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는 쉽게 달성될 수 없다. 분양가격을 통제한다면 미분양이 발생해서 건설업체가 보는 손해는 정부가 보상해 준다는 얘기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주택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통제한다고 해서 기존 주택의 가격이 내린다는 보장도 없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규제정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주택공급을 감소시켜 집값을 올려 놓지 않았는가. 분양가 공개나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한 국가적 개입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은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원리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만 시장에 대한 국가의 관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원칙보다는 예외 규정을 원칙으로 삼아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개입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할 의지가 있다면, 그 원리에 반하는 위헌적 소지가 많은 민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적 개입을 하는 수단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정략적으로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석종현 (단국대 법학과 교수·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동아일보 2007. 2. 2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