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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正道를 지향해야 한다 - 박효종
2007-02-26
정치는 正道를 지향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여당 실종 사태’가 발생했다. ‘알리바이 여당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번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탈당한 사람들로 인해 원내 제1당에서 2당으로 전락했고,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의 위치를 상실하게 됐다. 한나라당이 우여곡절 끝에 원내 제1당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 구도에서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반영돼야 한다. 상황은 변했는데 그야말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국회 운영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한나라당과 힘겨루기를 한다면 ‘꼴불견 국회’가 된다. 정치란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품위 있는’ 것이나 ‘고상한 것’이 돼야지, 비열하거나 저급한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치에서 간교함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동안 진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는 너도나도 진보주의자라고 하더니, 돌연 ‘다 파먹은 김칫독’처럼 밑바닥을 드러내자 중도를 표방한다. 링컨을 가장 좋아한다고 함으로써 링컨을 좋아했던 시민들로부터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표심을 얻는 정치인도 있다. 또 중립내각을 표방한다고 하면서 총리만 열린우리당으로 돌려보내고 나머지 정치인 장관들은 당적만 버리고 그대로 유임시키기로 했다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한동안 어떤 정치인은 ‘산소같은 정치인’ ‘무균질의 정치인’이라고 하여 그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신사의 게임’이 돼야지 ‘흙탕물 싸움’이 돼서는 곤란하다. 신사의 게임이 되려면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이라든지 좌석 문제는 책임 있는 정당정치라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노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많은 개혁과 어젠다들이 있다. 로스쿨 등 사법개혁법안, 사학법 재개정 문제 같은 것은 시급한 현안들이다. 대통령의 탈당은 이런 문제들에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 열린우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위장 결별이라면,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만 생각하는 정부’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은 탈당을 했든 안했든 국정 관리의 총체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통령직이란 단지 하나의 ‘평범한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엄숙한 요청’이다. 그것은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부과된 것이며 도덕적 명령이기 때문이다. 국정에는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일’도 있다. 이 둘은 다르다. ‘해야 할 일’은 고정된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은 가변적인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분자’로 놓고, 하고 싶은 일을 ‘분모’로 놓을 때 모름지기 한 정권의 ‘분수’는 분자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분모를 늘림으로써 그 값을 늘릴 수 있다. 즉 ‘해야 할 일’이 일정하다면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양을 줄여야 한다. 줄일 것은 많다. 임기가 1년 남은 정부가 10, 20년 계획을 짜려고 한다면 욕심이다. 따라서 비전2030이나 2단계 국가 균형발전계획, 병역 개편안 같은 미래 계획을 짜는 데 열을 올려서는 안된다. 대선 개입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도 줄여야 한다. 또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욕망도 참아야 한다. 이처럼 분모를 줄일 때 국정의 분수값이 높아지고 정치가 정도(正道)를 찾아갈 수 있다. 여당을 벗어버린 정부가 홀가분하게 ‘하고 싶어 하는 일’보다 ‘해야 할 일’에 전념할 때 ‘정도의 정치’가 되고, 각 정당은 물론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권력의 의지를 불사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7. 2. 26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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