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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 검증에도 원칙이 있다 - 박효종
	2007-02-26
후보자 검증에도 원칙이 있다 최근 들어와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진영과 박근혜 진영 사이에 검증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 후보는 나올 기미조차 없는데, 야당 후보자들 사이에 때이른 선거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가 하면, 서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사방에서 상호평가, 다원평가 등 평가와 검증이 유행하는 현실을 볼 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면 검증은 피할 수 없고 또 사실 자진해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비록 문제 제기가 생뚱맞고 어색한 것이라고 해도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바 있는 ‘악마의 대변자역’을 상기하면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비전과 리더십,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리더십, 도덕성을 가졌기 때문에 지도자로 선출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검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도덕성 검증도 있고 리더십 검증, 비전 검증도 있다. 어떤 검증을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검증 작업이란 옥과 돌을 구분하고 성인과 악인, 알짜와 쭉정이를 가려내는 것처럼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만 흠결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흠결이라도 수긍할 만한 흠결이 있고 수긍할 수 없는 흠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한 사람이냐, 불완전한 사람이냐”가 잣대가 아니라 “더 불완전한 사람이냐, 덜 불완전한 사람이냐”가 검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 검증은 다차원적인 것이기 때문에 도덕성 검증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깨끗한 경력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미래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하여 언제나 의미있는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관심의 초점이 된 ‘이명박 검증’의 경우 폭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민주사회에서 폭로가 때로는 사회 발전과 정치 정화를 위한 ‘필요악’이 될 수 있다고 해도, 특정인이 이 시점에서 왜 폭로에 나서게 되었는지는 따져 볼 일이다. 대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영혼을 팔려고 하는 것일까.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용감한 일이지만, 영혼을 파는 것이라면 비열한 행동이 된다. 한편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검증이 ‘전쟁 상황’처럼 비치는 것은 유방과 항우의 싸움처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이고 또 ‘시소게임’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해가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한 나라의 대통령은 하나밖에 없다. 대통령감은 많아도, 대통령은 하나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 후보는 대선 승리에 ‘올인’하는 ‘정치인(politician)’보다 좀 더 넓게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는 ‘국가인(statesman)’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검증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하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입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 무엇인가를 대변하는 존재다. 대체로 정치인이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은 주어진 현실에서 자기 자신에게 최상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적인 이익 외에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는 위선자라고는 할 수 없다. 정치에는 수많은 이기적 행위가 있지만, 그래도 정치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공인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물론 그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나, 전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 정신에 입각해서 사생결단의 태도로 임하는 지금의 전쟁 상황을 풀고 정상적인 선의의 경쟁 상황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7. 2.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