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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과 코드에 갇혀온 문화예술계 - 조희문
	2007-02-25
이념과 코드에 갇혀온 문화예술계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한 지난 4년 동안 문화예술계는 소란스럽고 거칠었다. 문화와 예술을 사회변혁과 개조의 수단으로 동원하려 는 시도가 곳곳으로 퍼지면서 갈등과 대립, 분열의 골도 깊어졌 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 세한 역사로 채워진 채 반칙과 특권이 횡행했던 사회’라고 정의 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의 현대사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부정은 문화예술계에 서 ‘세력 교체’ 작업으로 이어졌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이창 동을 노 정부 첫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했을 때, 예술가가 행 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누른 것은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펴는 문화예술 행정의 창의성과 인간성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기대는 곧 빗나갔다. 이념적으로 입장을 같이 하는 인물들을 정책보좌관으로 앉히거나 문화행정혁신위원회 같 은 각종 이름의 위원회를 만들어 포진시켰다. 없던 직책을 새로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민예총’ ‘문화연대’ ‘노문모’ 같은 단체들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 대거 정부 조직 안으로 편입 되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문화행정을 담당하던 공무원 들과는 다른 그룹이었지만 서둘러 주도권을 장악했다. 2004년 6월에 발표한 ‘문화비전’은 노 정부 문화정책의 이념과 방향을 밝힌 ‘로드맵’ 역할을 했지만 궁극적으로 문화와 예술 을 창달하기 위한 목표라기보다 우리 사회를 이념적으로 변혁시 키려는 지침서에 가까웠다. 문화관광부의 행정가들을 제치고 만 든 ‘그들만의 비전’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의제들을 문화와 예술 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려 했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고자 했다. 문화 예술 행정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 단체의 장이나 임원들은 그들 이 지명하거나 추천하는 인물로 교체됐고, 뒤따라 하부의 실무자 들도 바뀌었다. 정부 기구인 문화관광부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 나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예술위원회 같은 공공기관의 직제는 대 부분 이전의 부(部)나 과(課) 체제에서 담당 업무별로 나뉘는 팀( team)제로 바뀌었다. 직급별 단계에 따라 담당 업무나 책임 범위가 정해지던 구조가 어느 날부터 부장, 과장 직책이 사라진 채 단위 팀의 일원으로 위상이 바뀌고 입사 2∼3년 정도의 신임 직원이 이전의 상사들을 제치고 팀장으로 임명되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인사관리의 체계 나 서열은 완전히 무시됐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 조직 전체 의 안정을 흔들었다. 명분은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라고 내세웠지 만 전문성이나 지지 기반이 부족한 ‘코드 인물’들이 인사권을 앞세워 해당 조직을 개편하기 위한 전술적 시도였다. 주무 부처와 산하 기관, 단체에 대한 코드 인사들의 포진은 각종 정책 개발과 지원에서 노골적인 차별과 적대로 나타났다. 같은 쪽이면 어떻게든 혜택을 늘리고, 그렇지 않으면 축소나 배제 쪽 으로 기울었다. 사업의 전문화를 한다며 기존 사업을 이리 쪼개 고 저리 가르며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사람을 채우는 일도 반복 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전복적 개편 작업이 조직적·제도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를 지키자는 스크린쿼터 정책이 반미 문화운동의 명분이 되고, 문화예술계 단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에 나서는 일, 초등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념교 육을 펴려는 전교조의 시도 같은 것들은 문화예술이 정치적 수단 으로 변질한 현상들이다. 노 정부가 내세우던 분권과 자율은 이 념적 장악과 동원에 할퀴이고 있다. 활기차고 건강해야 할 문화예 술계가 사회 개혁의 기지로 전락하고 이념 갈등의 진원이 되는 현실은 지극히 반문화적이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영화학 / 바른사회 바른문화포럼 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2. 24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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