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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통곡, 日은 듣는가 - 제성호
2007-02-21
위안부 통곡, 日은 듣는가 15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군위안부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는 마이크 혼다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제출한 위안부 결의안 처리를 앞두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피해자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성폭행, 모욕과 학대 등 일제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했다. 결의안 제출을 주도한 혼다 의원은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일본 정부가 책임을 시인하게 할 역사적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여성 인권 침해, 곧 강제연행, 인신매매, 군대 내 성 노예화에 대한 응분의 국가책임 인정과 그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적절한 법적 구제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대위안부는 여성의 생존과 인권을 유린하는 대표적 사안으로 2차 세계대전 후 성립된 새로운 유형의 전쟁범죄, 즉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한다. 이는 1946년 1월 포고된 도쿄 국제군사재판소 헌장과 2002년 7월 발효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 등에서 반인륜적인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조직적인 강간 및 성 노예화를 비롯한 인도에 반한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이 현대 국제법의 추세이다. 하지만 위안부들은 이미 80세를 넘어서 하나 둘씩 세상을 등지고 있다. 사실상 책임추궁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점을 고려한 듯 일본은 지금 성의 있는 자세보다는 ‘시간 끌기’와 ‘문제 축소’ 및 ‘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는 역사교과서 왜곡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역사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위안부 기술 삭제를 종용해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일본 우익세력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군 개입을 일부 시인한 93년의 ‘고노담화’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 작금 일본은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저지를 위해 토머스 폴리 전 하원의장 등 미국의 전·현직 고위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는 아직까지 전후 미해결의 현안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대로 방치돼선 안 될 것이다. 이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대한 보호법익의 하나인 기본적 인권 보장과 관련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국제범죄를 바로 다스려 정의를 세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일 간의 과거사 청산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제라도 관계국 정부와 국제인권기구, 시민단체들은 일본의 태도 변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군대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아직까지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이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을 거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유엔 총회 산하에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일본 정부도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조사와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가해자가 대부분 사망한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형사책임 추궁은 현실성이 작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제출 결의안도 책임 해제의 방법으로써 1차적으로 일본 총리의 진솔한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보상 형식의 적절한 위로금 지급, 희생자 추모 위령비 건립, 관련 연구재단 설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 밖에도 군대위안부 문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후세에 교육함으로써 지나간 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어 유감스럽다. 앞으로 보다 능동적인 외교를 전개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민족적 자존심 유지, 자국민 보호 의무, 미완의 과거사 청산, 여성 인권의 신장 등에 부합하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믿는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2. 2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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