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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보사 상장이익 배분은 포퓰리즘 - 조동근
	2007-02-20
생보사 상장이익 배분은 포퓰리즘 최근 여권은 생명보험사의 상장에 따른 ‘보험 계약자’의 지위에 관한 특칙조항을 신설하는 ‘보험업법 및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생보사 성장·발전에 기여해 온 계약자에게 그 기여분만큼 상장 차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장자문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상장 ‘최종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정치권이 자문위의 최종안과 상치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18년간 끌어온 생보사 상장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퇴행적 정책사고가 아닐 수 없다. 보험 계약자는 소비자로서 계약을 통해 보험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따라서 보험서비스 구매는 보험사에 대한 투자 행위가 아니다. 설령 보험회사가 부실화하더라도 계약자는 보험금 삭감 등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즉, 계약자는 주주가 아닌 채권자적 지위를 갖는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생보사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생보사 주주들은 인수·합병, 감자, 자본금 증액 등의 경영 위험을 부담했으나, 계약자들은 예금보험제도 등을 통해 계약을 ‘보장’ 받았다. 또한, 생보사가 유배당 계약자에게 그동안 배당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상장을 계기로 주식배분 형태의 사후적 보상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상장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할 근거는 없다. 자산재평가에 따른 계약자 몫의 ‘내부유보액’도 쟁점이 될 이유는 없다. 유보분은 “장래의 계약자 배당에 사용될 재원으로서 회사의 자기자본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상장자문위도 유보액을 계약자 몫의 ‘부채’로 보고, 상장 전에 현재 자본계정에서 부채계정으로 옮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재산재평가법은 재평가이익을 재평가세 납부, 자본 전입, 재평가일 이후 발생한 결손금의 보전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재평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자에게 주식을 배당하라는 것은 재평가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생보사 상장을 주주에 대한 특혜로 보고 있다. 그러한즉 ‘막대한’ 상장 차익을 재벌총수가 독식(獨食)하지 말고, 계약자와 나누라는 것이다. 국민정서법에 의한 기업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생보사 상장만큼은 “국민 모두가 이해 당사자”라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생보사가 ‘고객 돈’을 이용해 사주(社主)와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사(私)금고 노릇을 해왔다는 주장은 차라리 진부하기까지 하다. 상장 차익은 주주의 불로소득이 아니다. 위험을 관리하고 경영성과를 높여 경쟁에서 살아남은 생보사의 주주가 ‘성공보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경영을 잘못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생보사와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성공한 보험사에게 추가로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공을 처벌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계약자에 대한 배당 요구는 정치적으로만 가능하다. 하이에크는 ‘법의 지배’와 ‘법률 제정’을 엄격히 구분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할 목적으로 ‘자의적’으로 법률을 제정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인 것이다. 한국적 현실에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고객 돈’이란 표현은 적개심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고객 돈은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보험사의 매출액으로 잡힌다. 계약은 그 조건대로 이행되면 그것으로 족하다. ‘고객 돈’은 생보사가 사적이익을 위해 고객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것처럼 사실을 미묘하게 비튼 것이다. 상장 차익을 계약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들고, ‘법의 지배’를 부정하는 것이다. ‘계약자 몫’이라는 허상에 얽매여 주주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정녕 3류로 전락할 것인가.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7. 2.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