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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약속 지키게 할 담보 필요하다 - 남주홍
	2007-02-16
北 약속 지키게 할 담보 필요하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나온 합의문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94년 제네바 합의문, 2005년 9·19공동선언, 그리고 이번의 베이징 공동합의문 등 모두 4개가 나왔다. 이들의 특징은 비핵화를 위한 핵시설 동결과 폐기의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총론적 합의에 있다. 그러한 점에서 합의문이나 선언 그 자체의 정치적 의미에 무게를 두었고 막상 각론적 절차와 방법은 추가 실무협상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앞서 3개의 사례에서 보듯이 동결에서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서로 합의문안을 달리 해석해 원칙이 흔들리고 급기야 방법론에 이견이 생겨 결국 판이 깨지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에 영변 핵시설의 폐기가 아닌 일시 가동중단, 즉 동결의 대가로 100만t의 중유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문에는 분명히 60일 이내에 폐쇄하기로 돼 있는데도 말이다. 또 문서에는 ‘북한은 일체의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9·19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조치가 언제 어떻게 추진될 것인지에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의 기준을 누구의 입장에서 먼저 설정해야 하는지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은 서로 ‘성과급제’로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거 핵과 미래 핵의 실체 규명에 있다. 과거 핵은 기존에 추출한 플루토늄과 이미 제조한 핵무기를 말하고, 미래 핵은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해 우라늄탄을 만들려는 비밀시설과 설비를 말한다. 따지고 보면 이 두 문제가 북핵 위기의 핵심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94년 1차 핵위기는 바로 플루토늄의 추출 및 고폭시험에서 비롯됐던 것이고, 2002년 가을부터 시작된 2차 핵위기는 우라늄탄 제조 시도에서 돌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50㎏ 상당의 플루토늄을 비축해 놓고 그 중 5∼6㎏을 사용해 이번에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이를 논리적으로 보면 아직도 7∼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거나 이미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따라서 이번 2·13 베이징 합의문은 이 점을 어떠한 형태이건 반드시 짚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미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라늄탄 제조에 관한 것은 북측이 한때는 능력을 공언했다가 이제 와서 전혀 없다고 발뺌을 하는 바람에 아예 미궁에 빠질 수가 있다. 이는 결국 북한이 개방하고 국제적 검증을 보장하지 않는 한 핵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합의문에 명시된 핵 불능화 조치와 완전 폐기 조치를 담보할 강제력을 규정하기도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강제력이란 단순히 에너지 지원과 경제적 보장 차원을 넘어 작금의 유엔 제재와 미국의 금융제재,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채찍’을 말한다. 현재까지 합의된 것은 모두 ‘당근’의 규모와 비용분담에 관한 것뿐이다. 그나마 100만t 중유만 하더라도 4000억여원이 소요되는데 소위 균등분담의 원칙만 합의됐고 추후 경수로나 전력 지원 등 별도의 비용 소요 제기와 분담 방법에 대해선 모두 추후 실무협상에 일임한 상태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불공평’하게 부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엄청난 대가의 지급에도 불구하고, 만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협상마저 미국과 일본의 대북 관계정상화 노력에 예속되고 이 과정을 북측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게 되면 우린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허겁지겁 남북대화를 서두르려는 이 정부의 태도가 미덥지 못하기 그지없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2.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