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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정부'가 증폭시킨 세금과 나라빚- 김정호
2007-02-15
'큰정부'가 증폭시킨 세금과 나라빚 뚜껑을 열어 보니 역시 세금이 많이 걷혔다. 2006년 세입실적은 138조443억원으로 예산에 비해 2조7107억원이 더 걷혔다. 전년보다 8.3% 늘어난 수치이며, 초과 징수 규모로는 2000년 이후 6년 만에 최고다. 설마 했는데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수 증가가 큰 이유다. 세금으로 집 값을 잡겠다는 생각이 정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집 값을 올린 근본 원인은 낮은 금리와 고급주택 부족 때문이다. 금리 인상과 고급주택 공급의 확대로 풀어야 할 문제를 세금으로 잡을 수는 없다. 세금을 무겁게 매길수록 민간주택의 공급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뿐이다. 그 와중에 늘어난 세금으로 덕을 보는 것은 정부뿐이다. 하긴, 부동산 때문이 아니더라도 세금을 가지고 빈부 격차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한 세금이 늘어나는 추세는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에게 싸고 좋은 집을 마련해주고, 어려운 지방에도 나눠줘야 하고, 의료 지원도 늘리고, 육아비도 지원해주고…. 정부 돈이 필요한 일은 끝도 없다. 그 모든 일에 정부가 자상한 어머니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한 세금은 끝을 모르고 늘어날 것이다. 1930년대 이후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세금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도 국가가 국민에게 인심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제2차 대전 이후 집권한 노동당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천하면서 영국은 최고 세율 90% 이상의 실질적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 1970년대 말 보수당의 대처가 뒤집어놓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아마 구제 불능의 나라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국민총생산의 3%에 불과하던 연방정부의 세금 징수액이 40%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뉴딜이라는 미국식 사회주의 정책이 시작되고부터다. 정부 씀씀이의 증가는 세금과 나라 빚을 늘리고, 그것이 결국은 무기력과 통화 팽창과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곤 했다. 우리도 지금 그 악순환의 궤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복지정책으로 가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복지의 확대는 자립심을 잃고 정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릴 수 있을 뿐이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정부가 복지 혜택을 나눠줘서 가난 문제를 해결한 예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서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늘어난 세금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경제 활동을 억제하기도 한다. 자기 손에 들어오는 것이 줄어서 국민은 일을 덜할 것이다. 세금 덜 내는 곳을 찾아 이 나라를 떠나게 만들 것이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뼈저리게 경험했고 이제는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것들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이제 세금 줄일 궁리를 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 목표가 생겨서 불가피하게 특정 세금을 늘려야 한다면 최소한 그 액수만큼 다른 세금을 줄이는 것이 옳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늘려서 받았다면 개인소득세든, 법인세든 줄여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금 징수액 그 자체보다 정부 예산의 크기다. 세금을 늘리지 않더라도 정부 빚을 늘려서 예산을 충당한다면 국민에게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국채도 언젠가 갚아야 할 테니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정부 씀씀이가 늘어난 만큼 민간의 경제 활동은 줄어들고 활력도 잃게 된다는 것이 지난 100년간 세계 경제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세금이 더 걷힌 만큼 국채 발행액을 줄일 생각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산 자체를 줄일 궁리를 해야 한다. 그것이 ‘베짱이 경제’를 벗어나 ‘개미 경제’로 가는 길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2. 15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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