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사이버 범죄 '악플'을 내쫓으려면 - 조희문
	2007-02-14
사이버 범죄 '악플'을 내쫓으려면 최근 ‘악플’의 폐해는 범죄적 수준이다. 포털 게시판이나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 이런 저런 반응을 보이면서 극단적인 비방이나 욕설, 허위 사실을 댓글로 올리는 행위는 특정한 개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고, 여론을 호도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우먼에 대한 비방 댓글이 있었고, 유망한 여자 가수의 자살 원인 중 하나가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삼스럽게 인터넷 악플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설령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특정 개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악플러’를 ‘키보드 킬러’라고까지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3358만명(2006년 말 현재, 정보통신부),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시간44분이다. 초등학교 취학 이전의 영유아나 컴퓨터 환경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령자 계층을 제외한다면 온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국내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경우 뉴스를 검색하는 하루 이용자가 대략 120만명이고 매일 12만건 정도의 댓글이 붙는다. 이 중 악플러로 추정되는 네티즌은 740명 정도다. 비율로는 극히 일부이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집중적으로 댓글을 올린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성은 건전한 다수 이용자보다 더 강력하다고 할 수도 있다. 악플러 중에는 평균 수준 이상의 사회활동을 하거나 심지어 전문직을 가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 범죄의 범인이 특정한 연령대나 계층에 국한되는 게 아닌 것처럼 악플 생산자 역시 연령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판 의견이나 악플의 빌미를 제공하는 측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동정은 언론을 통해 수시로 대중에게 노출된다. 특히 영상을 앞세운 방송은 가수, 배우, 탤런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낸다. 이러한 소식 중에는 뉴스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대중적인 인기나 특정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기획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예인 마케팅과 시청률에 민감한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합쳐져 ‘그들만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하더라도 시청자가 이를 견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언론을 통해 노출된 이러저러한 정보는 다시 인터넷 포털을 통해 더 많은 사이버 공간 이용자에게 확산된다. 결국 최종 소비단계에서 접하는 각종 정보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가리기 어렵고, 극단적으로는 정교한 연출에 조종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것을 구분해 달라고 요구할 일도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중문화는 진실을 콘텐츠로 삼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또 댓글은 노출된 이미지에 대한 감성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개별 의견으로서 신뢰도는 낮을 수 있지만 현실 공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전쟁 사상자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다고 해서 운행을 전면 금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해 사용을 제한하거나 모든 접속자의 신분을 드러내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실명제를 시행하더라도 악플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며, 오히려 건전한 의견 표현을 막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결국 악플에 대해서는,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하는 측이 신고나 고발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만이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 / 바른사회 문화포럼 회장) 출처 - 주간조선 1942호 2007.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