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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검찰을 믿겠는가 - 강경근
	2007-02-12
누가 검찰을 믿겠는가 검사가 담합정의에 눈을 돌리는 사법의 현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이다.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그 본분이다. 검사라는 직책의 매력은 그런 사회적 정의의 실현에 있다. 그리고 더한 매력이라면 이를 위한 칼이 검사에게 주어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형사소송법은 그 칼을 쓰는 법을 정한 법이다. 그런데 사법시험 과목에는 그 칼을 쓰는 방법을 묻는 형소법만 있지 칼로 요리를 만드는 법을 묻는 과목은 없다. 즉 사건을 파헤치는 데 쓰이는 칼을 사용하는 방법은 검사가 되기 이전부터 가르치고 또 배우게 하지만, 정작 이를 사용하여 사건을 파헤치는 방법은 검사 직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깨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이번 제이유 사건에서와 같은 검사와 피의자 간의 담합 시도가 생겨난 것이다. 이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찾는 것 이상으로 그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었다. 검사는 사건을 파헤쳐 범죄 피해자의 원을 풀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런 사건을 일으킨 피고인 또는 피의자들에게 또 다른 한을 심어주는 추궁은 할 수 없다. 칼 쓰는 법을 정한 그런 법을 잘못 적용했다면 그런 오염된 칼을 써서 만든 음식은 배고파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잊은 것이다. 범죄자들이 예뻐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법치국가의 헌법이고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마녀재판식’ 여론재판은 멀어지고 법에 의한 재판은 가능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이유 사건의 담당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요구하고 법정에서까지 그렇게 하도록 요구한 일은 검사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이다. 그 자리에는 법치국가의 검사는 없고 사건 해결사인 사설탐정만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처음에 검찰은 피의자의 바른 진술을 유도하는 반어적 표현이라고 하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사술(詐術)이다. 법치국가의 법은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로 보지 않는다. 검사가 그게 아쉬워서 이를 넘어서려 하는 순간 법치국가의 사법정의는 실종되고 담합(談合)정의만 남게 된다. 국민들도 차제에 이런 사법 정의를 이해하여야 한다. 안 그러면 검사로 하여금 담합정의에 사건을 짜 맞추기 위한 무리한 기획수사에의 강박을 갖게 한다. 흔히 말하는 미국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은 공판중심주의의 실현과 일반인들이 범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배심제의 도입이 함께할 때 가능한 제도이지, 지금 일본의 재판원 제도와 같은 그 전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사법담합이 될 뿐이다. 사실 지난해 검찰총장이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라고 규정한 제이유그룹 로비 의혹 사건의 본질을 정·관계 로비에 둘 수 있다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치밀한 사건 분석을 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지난해 12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대통령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3명이 무혐의 처리되었고, 그 당시 그럴 것이라고 우려했던 특별검사의 개입이 지난 5일 야당이 특별검사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대검 감찰부는 특별감찰반을 투입해서 한식구인 검사에 대한 내부 감찰로 징계하는 식보다는, 검사들의 ‘짜맞추기 수사’ 자체를 극복하고 전문적이고도 법에 따른 수사가 가능하도록 검찰권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래야 제이유와 같은 사건들의 실체가 밝혀지고 검찰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 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2.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