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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도 처방도 잘못된 '2＋5전략' - 김태기
	2007-02-12
진단도 처방도 잘못된 '2＋5전략' 정부는 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른바 ‘2＋5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5전략에는 군 복무기간 단축이나 정년연장 등 달콤한 청사진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모처럼 인적자원 개발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문제를 제기하고 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진단 때문에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노동 수요 문제는 제쳐둔 채 노동 공급 문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점에서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하기 십상이며, 실효성 역시 지극히 의심스럽다. 그 결과 2＋5전략의 순수성이 의심받고 있다. 정부는 남성이 2년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병들의 군 복무기간을 현행 24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줄여나가겠다고 했다. 군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훈련과 복무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정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 차질은 유급 지원병제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급 지원병제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국가안보를 허술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청년실업 문제까지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은 더 큰 이유는 군 복무보다는 일할 만한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은 4년제 대학을 5년 이상씩 다니고 있다. 빨리 졸업해봐야 실업자 신세가 된다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1년을 휴학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노동시장 진입이 1년 늦어지고 있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청년층이 보다 빨리 일할 수 있도록 하려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외면한 채 유급 지원병에게 연간 1000만∼1500만원을 지급해서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일자리 문제와 군 복무 문제는 논의의 차원이 다르다. 청년들이 직업군인도 아닌 어중간한 유급 지원병으로 근무할 때 청년실업 문제는 더 악화될 소지가 많다. 군 복무기간에 제대로된 직업훈련을 받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처럼 ‘군에서 썩는’ 기간만 늘어나 제대 후에는 노동시장 진입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5년 더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의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면 노동자가 그 기업에서 더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년과 퇴직은 별개의 문제가 돼버린 게 현실이다. 정년을 마치고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노동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신분을 보장받는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조합원 정도다. 그러나 이런 좋은 직장에서 정년을 법으로 연장하게 되면 그 부담은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또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고용 불평등은 커지게 된다. 정년만 연장하면 더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행정 편의적이고 법 만능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결국 고령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 개발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누구든 연령 때문에 채용이나 승진은 물론 고용 조정에 이르기까지 불이익을 받아서 안 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정년의 하한선을 제시하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가 고령노동자들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개발하고 취업 지원을 위한 맞춤형 단기 직업훈련이나 일자리 정보 제공 등의 노력은 소홀히한 채 법이나 고용지원금 제도에 기대어 더 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년만 연장하면 고령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것처럼 한다면 나이 들어 서러운 고령 노동자들을 더 서럽게 만들 것이다. 2＋5전략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잘못됐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2＋5전략의 부작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2. 1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