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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대표기업 육성에 올인할 때 - 송병락
	2007-02-09
국가 대표기업 육성에 올인할 때 인구 7000만 명의 에티오피아는 경제 규모가 77억 달러이고, 인구 2300만 명의 북한은 208억 달러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업원 수가 7만 명으로 매출액은 720억 달러, 부가가치는 216억 달러에 달한다(포춘 2004년). 국가경제 통계와 같은 개념인 부가가치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규모는 북한보다 크고 에티오피아의 세 배나 된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와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 1인당 소득이 110달러에 불과한 경제 통계 작성 가능 국가 중 둘째로 못사는 나라가 됐다. 기업 활동을 막는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에티오피아에는 국가 대표기업이 전무할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별로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미국을 살펴보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의 재산은 500억 달러다. 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가 100채 있는 동네를 무려 930여 개나 만들 수 있는 규모다. GE의 자산은 한국의 10대 그룹 277개 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세계 최대 회사 엑손모빌은 매출액 3800억 달러에 이윤이 390억 달러나 된다. 이처럼 세계 최강 미국의 특징은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 국익 보호를 최우선시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업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정책이 있다. 일류 선진국들은 모두 국가 대표기업이 많다.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을 보면 미국이 170개, 일본 70개,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38개 기업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인구가 6분의 1밖에 안 되는 스위스와 같은 12개에 불과하다. 대표기업이 많은 미국에서는 취업자들이 직장을 취사선택할 수 있고, 많은 봉급을 받아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다. 주식 투자를 하는 등 다시 돈을 버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기 때문에 한국처럼 재테크 열풍에 사회가 불안하지도 않다. 세계은행은 2007년 '세계개발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선진국 중 9위, 중국.인도를 포함하면 세계 11위라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은 28개 선진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제대로 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에는 대표기업의 수가 너무 적다. 일류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한국은 대표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은 일자리 때문에라도 대표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매년 고졸 이상의 학교를 졸업하는 취업 가능자가 63만 명 이상 배출되지만 일자리는 그 반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현재 100만 명인 공무원 수를 두 배로 늘려도 장기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을 월급으로 받기 때문에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곧 세금을 늘리는 것이고, 그에 따른 규제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삼성전자 같은 대표기업을 육성하고 수많은 협력 중소기업을 성장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세계 일등하는 스포츠 선수에게 훈장과 연금을 주듯이 세계 일등하는 기업과 경영인에게도 그 이상의 포상과 사회적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그리고 젊은 인재들이 고시(考試)로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전쟁시대 세계적 기업 경영인의 길을 걷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대표기업은 대부분 기업그룹이 만든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통일을 앞두고 기업그룹을 해체할 게 아니라 소속 기업들을 세계적 기업으로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경영과 조직에 하나의 정답이 없는 시대다. 그룹 소속 기업이 아닌 기업도 대표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대표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출자총액.순환출자 제한 등의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환경을 미국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은 정부.기업.국민 모두 각종 국가 대표기업을 육성하는 데 올인해야 할 때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 바른사회 고문) 출처 - 중앙일보 2007. 2. 9 중앙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