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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하며 - 박효종
2007-01-29
大選 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들어와 국민과의 직접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나섰다. 1월중 네 번에 걸쳐 강행할 정도로 일정도 빡빡하고 말도 많이 했다. 자신의 임기 마지막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국민에게 하고 싶어하는 심정의 일단일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경우 ‘무슨 말을 하는가’에 대한 기대보다 ‘무슨 말이든 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 때가 더 많았는데, 이번에도 이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온 말인지 얼른 판단이 서진 않지만, “열린우리당 같은 당 하나를 키워야 하니, …좀 도와 달라”고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믿을 만한 우당 하나 없던 시절, 천신만고 끝에 만든 당이 아닌가. 그 당이 지금 ‘침몰하는 타이태닉호’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떠난 사람도 생기고 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방향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등 대혼란이다. 대통령의 소회가 오죽 복잡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국정 관리자가 시인이나 문학가가 아닌 바에야 아무리 흉중의 감정이 절실하다고 해도 그런 감정을 가슴속에 묻어둬야지 외부로 자유롭게 발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림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나, 대통령이 된 이후의 감정 표출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 표출이 야당에 대한 비난과 한나라당 대선주자 깎아내리기와 맞물리면서 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아니게 아니라 올해는 옛것이 물러가고 새로운 것을 영접하는, 정치적인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갖는 ‘대선의 해’다. 모든 국민과 정당에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긴장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그마한 언행이라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2004년 2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기자회견에서 4월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는 결국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로 이어졌다. 아무리 열린우리당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해도, 과거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거울이며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국민으로서는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따로 있다. 그것은 공정하게 대선관리를 하겠다는 결의의 표명이다. 이를 위해 민생 현안 이외의 말은 하고 싶어도 꾹 참겠다고 하는 등 ‘반벙어리’로 지내겠다는 약속이다. 또 이참에 대선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어떨까. 호메로스의 고전인‘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는 귀향을 위한 항해 도중 ‘세이레네스’라는 요정들의 노랫소리에 유혹을 받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는다. 유혹을 받아 요정들의 섬으로 가면 죽음밖에 기다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노 대통령은 바로 그 오디세우스를 본받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공적을 홍보하고 열린우리당의 지원을 호소하며 야당에 대해 섭섭한 발언을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그리고 대선용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려고 하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동안의 치적이 평가절하됐다고 해도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노 대통령의 진정성이 새롭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7. 1. 29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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