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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동네' 현대차 사람들 - 김태기
	2007-01-22
'이상한 동네' 현대차 사람들 성과급 문제로 시작된 현대자동차 파업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 벽두부터 희망이 아니라 씁쓸함을 맛보았다. 현대차 사태는 노조의 폭력과 불법파업 그리고 사용자의 무원칙한 타협으로 되살아나는 한국 경제의 불씨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동시에 노사 관계의 불안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현대차의 노사 문제는 의문투성이다. 노조 설립 후 21년 동안 왜 20년째 파업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현대차노조가 헌법의 보호까지 받는 결사체에 걸맞은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또 글로벌 회사를 자처하는 현대차의 사용자는 과연 노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더 나아가 정부는 현대차 노사의 눈치를 보느라고 잘못된 노사 관계 관행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에 이르기까지 끝도 없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현대차의 노사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사용자의 태도를 보면서 비관 쪽으로 기울었다. 성과급 문제로 노조가 투쟁에 나섰을 때 사용자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성과급 추가 지급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이상한 명분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합의마저도 곧 문안 해석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용자가 성과급을 2월까지 무조건 지급하고 고소고발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어 석연치 않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수출이나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현대차의 비중 때문에 잘못된 노사 관계 관행을 눈감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혀 주었다. 노조가 불법파업을 할 때마다 사용자는 의레 고소고발을 하고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듯 흐지부지되었다. 실정법을 위반한 형사사건은 노사가 합의한다고 해서 면죄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현대차 노사는 이번 사태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차가 고질적인 노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풀리는 것 같다. 파업이 어떻게든 빨리 끝나기를 가장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대차만 바라보면서 일감을 기다리는 협력업체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파업 때문에 일을 못해 임금 손실을 본다고 해도 계약 위반이라고 항의 한 번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노조는 생산목표에 미달하더라도 성과급을 다 챙기지만 협력업체는 조그만 실수를 해도 책임져야 하는 불공정한 관계에 놓여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조는 자기 몫을 챙기고, 사용자 측은 그 부담을 힘없는 사람들에게 전가해 이익을 내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를 노사 관계 선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현대차는 쓰러져 가는 거대 공룡의 신세가 되어버린 미국 자동차업체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노무관리 원칙을 실천에 옮기고, 노조는 치열한 자기반성의 각오로 노동운동 노선과 조합 운영을 쇄신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파업이 더 이상 노사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노사가 파업으로 인한 부담을 힘이 약한 자에게 불공정하게 전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7. 1.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