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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갖는 이유 - 정갑영
2007-01-12
그래도 희망을 갖는 이유 새해 경제가 모두 어렵다고 하지만, 오늘은 그래도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를 살펴보자. S사의 유 상무는 벌써 수개월째 공장에 야전용 침대를 설치하고 OLED 양산 라인 설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꿈의 디스플레이’라는 OLED는 기존의 LCD보다 동영상 응답 속도가 1천배나 빠르고,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이다. LCD와 PDP 시장은 작년 한 해에만 가격이 거의 3분의 1로 폭락한 글로벌 기업의 격전장이다. 이런 시장에 국내기업이 최첨단 기술로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최초의 실험을 세계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주역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시계 디자이너 출신의 중소 기업인이 ‘레이저 폰’으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유명하다. 그는 국내 제조사에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결국 모토로라에 기술을 수출해 얇고 감각적인 휴대폰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열사(熱沙)의 두바이에 사상 최고의 160층 건물을 짓고, 중소기업이 4인승 민간 항공기 ‘반디호’를 미국에 수출하며 양산하는 것도 경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어디 이런 사례가 여기에만 그치겠는가.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는 물론, 작년 3260억 달러의 수출은 수많은 역경과 모험적 투자, 첨단기술력이 만들어 낸 신화가 아니겠는가. 그 신화 때문에 잦은 정책실패와 내수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지금 누가 대선을 앞둔 정부에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부채의 늪에 빠진 민간부문이 어느 날 갑자기 활성화될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희망은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모든 인생을 거는 기업인의 열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크게 보면 기업가 정신이고, 작게 보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집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열정과 집념을 뜨겁게 달구어 내는 용광로가 바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제도와 환경이다. 세계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아도 경제적 자유가 신장될수록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확대되고, 국민들의 생활도 풍요로워졌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설파한 것처럼, 시장 자율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융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명제를 뒤집은 역설적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없다. 현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중국과 인도도 결국은 기업 활동의 자유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시장 자율성의 확대에 지나치게 인색해 왔다. 국제기관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도 수년째 45위 내외를 맴돌고 있다.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하는 국내총생산(GDP)이나 무역규모에 비교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수준이다. 최근 정부부채와 공공부문의 급속한 팽창도 시장경제의 후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창업과 투자에 대한 시장규제가 가장 심각하다.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와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역시 우리 정부의 규제수준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산업간 융합은 심화되는데, 이 땅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셈이다. 이 결과 창업과 투자는 위축되고, 경기는 더 침체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우리 경제가 희망을 가지려면, 이제라도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온 세계가 치열한 투자유치 경쟁으로 기업을 유혹하는데, 왜 우리만 유독 낡은 규제로 시장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는가. 과다한 규제로 희망의 싹이 더 시들기 전에, 이제라도 민간의 창의와 열정이 나라 경제의 바탕이 되게 유도하자. 더 많은 기업이 이 땅을 떠나기 전에, 우리의 비전을 다시 설계해 보자. 부정적 유산이나 모호한 공정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새해 벽두에 기업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새롭게 음미해 보자. 정갑영 (연세대 원주 부총장·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7. 1. 1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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