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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신뢰부터 회복해라 - 정갑영
	2007-01-02
정부 신뢰부터 회복해라 새해가 힘차게 밝았지만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난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산적한 것 같다. 집값과 일자리 문제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단기 외채도 또다른 위기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수시로 국가 신용도를 위협할 것이고, 올해는 대선까지 겹쳐 있으니 어떻게 경제가 정치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가계도, 근로자도, 기업도 새해를 대비하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물론 경제에는 만병통치약도,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뾰족한 전략도, 모든 유권자들에게서 박수를 받을 비책도 없다. 행여 그런 대책이 있다고 해도 언젠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몰고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대권 야욕과 인기에 대한 유혹 때문에 경제를 정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 그래서 올해처럼 선거를 치를 때마다 경제는 늘 정치의 덫에서 신음해 왔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새해 첫날의 착잡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서 신뢰부터 회복하는 일이다. 누구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왠지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를 낯선 사람보다도 더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이것은 딴 나라 얘기가 아니다. 며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보다도 더 믿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3.3점(10점 만점)에 불과해 오히려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4점)보다도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국회(3점)보다는 높지 않느냐고 자위할지 모르지만 국민이 정부를 이렇게 불신하는데 어떻게 경제정책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정부가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 왔던 부동산과 일자리, 분배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기업이 곧 국가`라고 띄우다가 지금은 `특권을 가진 집단`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겉으론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허울 좋은 간판을 걸어놨지만 안으로는 규제강화에만 열을 올리니 어떻게 신뢰가 무너지지 않겠는가. 출자총액제한도, 투자규제도, 노동 관련 법규에서도 정부는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우리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한다. 외자유치에 열을 올리다가도 불시에 규제를 강화하니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신이 모아져서 투자환경은 아시아에서 가장 열악하고, 설비투자는 몇 년째 정체에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들도 정부를 외면한 채 정책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낮은 신뢰가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제 흐름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신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정책 입안자에 대한 불신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성은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따라서 시장친화적이고, 글로벌 표준에 맞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시장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서거나, 시대적 추세를 역행하며 이 땅에만 국한되는 정책이 어떻게 오래갈 수 있겠는가. 나라의 리더십과 고위 관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여야 한다. 대공황에서 미국을 살려낸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된 뒤로는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즐겨 불던 휘파람 소리마저 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불안한 걸 국민이 알면 나라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불신을 누가 부추기는가. 정책결정자들이 국민에게서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가. 나라보다는 부처이기주의로, 시장보다는 코드와 이념을 따라, 미래의 경쟁력보다는 오늘의 인기와 자기 보신을 위해 움직인다면 어떻게 신뢰받을 수 있겠는가. 신뢰를 잃은 정부는 어떤 경제정책도 성공시킬 수 없다. 경제야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 모아져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제발 국민에게서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자.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는 정책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줘야 한다. 아니면 국민들이 어떻게 또 한 해를 낯선 사람과 동행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는가. 정갑영 (연세대 원주 부총장(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7. 1. 2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