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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앞날과 과제 - 김태기
2006-12-28
민주노총의 앞날과 과제 강성노조이자 민주노총의 주력인 코오롱노조가 투표 조합원 95%의 동의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민주노총이 정치와 이념을 위한 투쟁에 조합원을 내세웠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만 봤다는 게 탈퇴 이유다. 민주노총은 코오롱노조의 탈퇴 문제를 회사나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지만 많은 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민주노총 탈퇴는 곳곳에서 발생했다. 2002년에는 울산에 기반을 둔 효성노조와 태광산업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2004년에는 조선업계의 간판 현대중공업노조가 나갔다. 여천에 있는 정유업체 GS칼텍스노조도 이탈했다. 올해에도 건설업계의 강성노조이자 서울에 기반을 둔 대림산업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데 이어 노동조합을 아예 해산해 버렸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투쟁동력의 약화뿐 아니라 도덕성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1000만 노동자의 해방기관차라고 하던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거부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를 겨우 얻었다. 2005년에는 민주노총의 주력 중 주력인 기아자동차노조와 현대자동차노조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했고, 민주노총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현대자동차노조에서 노동조합창립기념품 납품 비리가 발생, 지도부가 중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심각한 위기를 민주노총이 수습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문제의 심각성을 지도부가 인식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거나 운동노선에 대한 견해가 워낙 달라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내부의 대화조차 하기 어려운 것일까. 민주노총도 다수의 침묵하는 온건집단이 소수의 목소리 큰 강경집단에 눌리고 있는 것일까. 2005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폭력사태로 무산됐었다. 이 사건은 투쟁을 고집하는 강경주의자들이 지도부를 공격하면서 발생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투쟁일변도의 운동노선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노조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하자 노사가 상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조합원들이 신노동연합(신노련)을 결성하게 됐다. 이들이 노조의 납품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지도부는 신노련 회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동자를 진정 사랑하는 노동운동 지도자라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늘의 상황을 보면 투쟁만 하면 된다는 강성 노동운동과 노사가 상생해야 한다는 합리적 노동운동이 한 배를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지도자는 투쟁이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어쩔 수 없이 투쟁해야 한다면 투쟁으로 노동자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민주노총은 1987년체제에 서 있다. 87년체제는 탄탄한 성장 기반과 권위주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체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로 한계에 부닥쳐 수정이 불가피했지만 그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은 내부 갈등과 현실과의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 성장의 기반은 계속 무너지고 있고 사람들은 리더십 부재와 혼란 등에 대해서 갈수록 불안을 느끼지만 노동운동은 정치투쟁과 이념투쟁에만 매달려 왔다. 87년체제는 20년을 맞는 내년에 더욱 심한 갈등과 모순을 불러올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선진국의 경험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정치적 조합주의로 불리는 유럽의 노동운동도 진작부터 탈정치·탈이념의 실용적 노동운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치적 조합주의로는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는 물론이고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2. 28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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