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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주행 경제정책이 빚은 양극화 심화 - 윤창현
	2006-12-18
역주행 경제정책이 빚은 양극화 심화 자금이 공급자에게서 수요자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금융행위가 발생한다. 그 중에서 간접금융은 주로 은행을 통해 자금 흐름이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계는 소득의 일부를 절약, 이를 은행에 예금한다. 이렇게 예금이 모이면 은행은 이를 기업에 대출하고 기업은 이 자금으로 투자활동을 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이 수익을 가지고 기업이 대출금리를 지불하면 은행은 이 금리를 받아서 가계에 예금금리를 주고 자기도 상당 부분을 예대 마진으로 챙긴다. 결국 기업이 지급하는 대출금리는 예금금리와 예대 마진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는 자금의 공급자가 되고 기업은 자금의 수요자가 되며, 이렇게 중간에 끼어서 자금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은행의 역할이 금융중개 기능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은 어떤가. 모든 것이 뒤바뀌어 있다. 빚을 내서라도 열심히 투자를 해야 할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다. 이익을 내는데도 투자를 않으니 돈이 쌓인다. 이렇게 쌓인 돈이 600여개 상장기업에 약 64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8%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돈이 현금으로 쌓이고, 이 돈을 기업은 금융시장에 공급한다. 은행은 중간에서 안전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자금을 상당부분 부동산 담보대출로 운용하고 있다. 결국 자금은 가계로 공급돼 부동산 부문으로 유입되고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광란의 폭등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자금의 공급자가 되고 가계가 자금의 수요자가 되면서 특정 분야로 돈이 몰리는 자금의 역주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부문에서 국지적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며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까, 돈줄을 죌까를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동산을 제외한 그것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 부문은 찬바람이 돌고 있고 다른 부문의 경기는 매우 안 좋다. 한마디로 부동산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기는 전반적으로 안 좋은데 특정 부문에서 국지적 인플레가 발생하는 변형된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것에 있어서 투자마인드의 위축으로 인한 자금흐름의 왜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제대로 하면 일자리가 창출이 되고 돈이 골고루 전 부문에 돌면서 특정부문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해소될 것이고, 만일 여기에 부동산 공급 확대정책까지 곁들여지면 부동산 부문에 지나치게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정답은 나와 있는데도 이의 시행을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경제는 엉망이 돼가고 있다. 기업의 투자부진은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는 동시에 자금의 부동산 유입을 통한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격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이다. 투자부진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때문에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해 사회 초년병들은 시작부터 주눅이 들어버린다. 그나마 일자리 하나는 있고 살 집 하나는 장만해 놓은 기성세대가 느끼는 피해는 덜할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는 이 모든 폐해를 상당 부분 뒤집어쓰고 있다. 4년여 전에 출범한 현 정부의 주요 지지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 경제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이들 계층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한다. 지금이라도 기업이 쌓아 놓고 있는 64조원의 돈이 확실하게 투자되고 경제의 전 부문에 골고루 돌도록 함으로써 자금 흐름의 역주행을 막아야 한다. 늦은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이 제대로 시도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12.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