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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전직, 그리고 기억의 정치 - 김일영
2006-12-11
현직, 전직, 그리고 기억의 정치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전직(前職)들이 분주하다. 3김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자 이회창 전 총재도 ‘특강’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망자(亡者)도 쉴 틈이 없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툭하면 박정희 전(前)대통령을 들먹이는 바람에 지하의 그가 영면(永眠)을 취할 틈이 없다. ‘현직의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니 ‘전직의 정치’와 ‘기억(記憶)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만이 전직에게 정치 개입의 소지를 주고 망자까지 정치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직이 신뢰를 회복해 전직이 쉬고 망자가 편히 잠들게 하는 게 최선이지만, 기대하기 어렵기에 전직의 정치와 기억의 정치에 대해서나 언급해 보겠다. 은퇴한 전직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흔치 않고 비정상적이다. 국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대해 부정이 69.9%로 긍정(17.7%)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이회창씨의 정계 복귀에 대해서도 부정(39.6%), 긍정(24.4%), 보통(26%)으로 부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그런데도 전직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지키거나 감추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이 전직 ‘거물’들로 하여금 비난을 무릅쓰고 다시 정치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거물 주변에는 이를 부추기는 전·현직 정치 ‘소물’(小物)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거물의 힘을 빌려 현재의 정치적 딜레마를 벗어나려는 현직도 있고, 거물 주변을 맴돌면서 원내 복귀의 기회만을 엿보는 금배지 떨어진 전직들도 있다. 정치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가 상징 조작이고, 역사나 기억은 상징의 중요한 소재다. 이 점에서 기억의 정치는 정치의 세계에서 그리 낯설지 않다. 기억의 정치는 인위적 조작을 통해 동원되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형성된 기억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근자의 박정희 신드롬은 후자의 경우이다. 박정희는 죽은 지 25년이 넘었지만 전·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 매번 50%를 훨씬 넘는 수치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비결은 진보정권이 보여준 ‘잃어버린 10년’때문이지 대중 조작이 아니다. 기억의 정치에는 대상이 되는 망자(박정희)의 이해관계가 전혀 개재될 수 없다. 그것은 후세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벌이는 ‘기억을 둘러싼 전쟁’이다. 그들은 박정희의 위광에 힘입기 위해서건, 그를 ‘때려서’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해서건 틈만 나면 그에 관한 기억을 동원한다. 하지만 찬반을 떠나 기억이나 역사에 대한 지나친 정치화는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기억이 뛰쳐나와 현실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북한이다. 김일성은 죽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유훈(遺訓) 통치’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북한에 건재하고 있다. 기억이 현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망령(亡靈)이 다스리는 나라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박정희를 둘러싼 한국의 기억의 정치에도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를 ‘때려서’ 이익을 얻으려는 측은 ‘역사적 색깔론’에 빠지곤 한다. 이들은 ‘나는 당신(의 부모)이 일제 때나 권위주의 시대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식의 논리로 역사를 상대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상대편이 툭하면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이념적 색깔론’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은 과거사 원죄(原罪)론에 입각해 상대에게 역사적 색깔을 덧씌우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에 기대어 이익을 취하려는 측에게 그는 산 사마중달(司馬仲達)을 이기는 죽은 제갈공명(諸葛孔明)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존이 지나쳐 화석화된 역사가 현실을 지배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역사가 정치의 수단일 수는 있으나 정치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6. 12. 9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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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micheal "창사랑과 이 회창 대통령" 읽어 보세요. 정치란, 정치인 자신을 승화(昇華) 하는것..... 200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