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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건강정보 누출 조장하나 - 김광명
	2006-12-04
정부가 건강정보 누출 조장하나 오래전부터 환자의 진료내역은 환자 본인이나 법적 대리인의 요청 없이는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진료기록은 개인의 극비사항이고 환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믿고 자기의 모든 의학적 비밀을 의사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기밀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정신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성형외과 등의 진료기록 누출은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같은 공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즈음같이 인터넷이 발달된 사회에서 그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인이 아닌 개인의 진료기록도 가족에게조차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개인 의료정보의 제공이나 특정 기관에의 집중은 완벽한 보호를 위한 입법장치가 이루어진 후에 시행되지 않으면 개인이나 이를 보고한 의료기관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의료기관에 진료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들이 이미 법제화되었거나 추진 중에 있다. 재정경제부는 2005년 12월 31일에 소득세법 165조를 일부 개정하여 ‘모든 의료기관은 환자의 소득공제를 위하여 모든 환자의 진료기록을 국세청장이 지정하는 기관에 제공하도록 규정’하였고 2006년 9월 12일에 대통령령으로 그 기관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지정하였다. 현재까지 개인 정보의 불법 유출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약 4만 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 4000건이 발생하여 악용되고 있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5개 단체장들은 의료정보의 보호를 보강하는 입법을 먼저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이에 의사협회는 인권침해의 부작용을 걱정하여 진료정보를 보고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건강정보 보호 및 관리 운영에 대한 법’을 만들어 금년 국회 통과를 목표로 수차례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보호’의 개념도 없이 보건복지부 산하에 ‘건강정보진흥원’을 신설하여 국민의 모든 건강정보를 한곳으로 통합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됐다. 결국은 ‘진흥원’이라는 새로운 기구의 밥그릇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건강정보를 한곳으로 통합하여 의료기관들이 공유함으로써 중복 검사를 피하고 의료보험재정을 보호한다는 명분이고, 새로운 법안을 집행하려면 최소 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공청회 과정에서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건강정보 보호’라는 개념을 첨가하였으나 아직 보호의 개념이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10년 이상 국회에 상정됐으나 입법화 안 됐기 때문에 금년에 통과가 안 되면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서둘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공개돼선 안 될 정보를 수집해 목적을 다했으면 신속히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의료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의료정보를 폐기하지 않은 채 영구보존하고 있고, 두 단체에서 이미 막대한 양의 건강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보호에는 취약하고 정보를 집중 관리하는 새로운 정부기관을 만들려는 졸속한 입법을 추진하려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개인의 건강정보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제도의 부작용은 상상만 하여도 소름이 끼친다. 현재 환자가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정보를 요청하면 전부 제공하여 중복검사를 피하는 것이 의료기관 간의 관행이다.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보 누출에 의한 문제점이 점차로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민감한 개인의 건강정보를 보호하는 취지의 입법을 서둘러야 할 정부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건강정보를 취합, 독점하는 법을 앞장서서 만들려는 시도는 중지되어야 한다. 이미 개정된 세법에 대한 시행령도 재고되어야 한다. 김광명 (한양대 신경외과 교수 / 바른사회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6. 12.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