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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공화국' 불명예 벗으려면 - 김태기
	2006-11-27
'시위공화국' 불명예 벗으려면 대한민국의 도심은 11월22일 불법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 시위가, 서울 시청 앞에서는 노사관계 로드맵 법제화 등을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시위가, 광주시청과 충남도청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시위가 각각 벌어졌다. 서울 도심은 교통이 마비되었고 광주시청과 충남도청의 시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날 시위는 시위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명분에서도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1%가 현재의 시위문화를 폭력적, 73%는 불법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시위집단 내부에서조차 투쟁 일변도의 운동 노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교조가 이번에 벌인 연가투쟁 참여자는 자체적으로 예상한 숫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민주노총은 간신히 파업 찬성을 얻어 냈다.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는 독재정권을 허물어뜨리고 민주주의를 곧추세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지만, 언제부턴가 자유를 넘어 방종의 수준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것은 이해집단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제 몫을 챙기려는 욕구가 커진 반면, 정부는 이를 슬기롭게 해결할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익집단을 상대로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법과 원칙보다는 섣부른 타협을 일삼아 왔다. 이런 과정에서 이익집단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정부가 결국 정책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법 집행도 정치논리에 좌우된다. 경찰은 불법시위인 줄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다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떠밀리듯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경찰만 탓하기도 어렵다. 경찰이 불법시위 주동자를 처벌하려 해도 정치적으로 무마되어 경찰의 위신만 떨어지기 일쑤이다. 또 눈치 없이 불법시위를 막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과잉 진압의 책임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화는 되었지만 민주주의는 멀었다’는 국제적 조롱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의 시위 양태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능을 참지 못한 시민들이 불법시위를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고, 불법시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불법시위의 덫에 걸려 있다. 지도부는 조직의 내부나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시위라도 벌여야 투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시위는 조직에 약이 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명분이 좋아도 법을 어기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시위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조직은 커다란 짐만 지게 된다. 민주사회에서 누구나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피해야 한다. 반대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평화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면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자구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FTA를 반대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총 등이 불법시위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불법 폭력시위는 오히려 고립을 자초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과도한 시위를 자제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정부의 결단도 필요하다. 정부는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 시위문화의 개선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 가능하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11.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