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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치금융의 망령 되살아나는가 - 최창규
	2006-11-21
관치금융의 망령 되살아나는가 관치경제란 관료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제를 말한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용어로는 바로 정치인들이 금융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정치금융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에 서민들을 위한 정부를 표방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민들을 가장 피곤하게 만든 정부로 기록되게 됐다.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과 측근의 경제참모들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관치경제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다. 그 좋은 예가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려고 덤빌수록 시장은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여 왔던 것이다. 최근 서민들의 주거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망국병인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은 6개 시중은행장에게 주택대출을 추가로 규제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리하여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규 주택대출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생겨나자 ‘하루’ 만인 지난 17일 은행들은 대출을 재개했다. 대출총량에 대한 감독 당국의 직접규제와 같은 제도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기에나 있음직한 전형적인 반시장적인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목적이라면 차라리 금리 인상과 같은 친시장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지 대출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그 부작용이 너무 크다. 더군다나 경제 주체가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양적 규제를 했다가 또 금방 해제함으로써 시장을 교란한 것은 횡포에 가깝다.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돼 온 금융시장에서의 규제 혁파는 물 건너가고 금융시장은 다시 과거 관치금융 체제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아라비아해 연안의 작은 나라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는 20∼30년 전 사막이었던 땅을 첨단 건축물로 가득한 미래 도시로 바꿨으며 1990년대 이후부터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하여 중동의 중심지가 됐다. 그리고 2004년에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를 열어 전세계의 유수한 금융기관을 다수 유치, 중동의 국제금융센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바이에서의 성공 요소는 외국 기업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 자유롭고 선진적인 환경을 제공했다는 데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현 정부가 요란스럽게 출범시킨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과제는 한국투자공사라는 기형아만 낳아 놓고는 실종돼 버렸다. 현 정부는 교육·금융·부동산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현실은 이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친절하게 모든 일을 해주려고 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엄청나게 커지게 되고 시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준 정부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기업까지도 그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있다. 정부 및 공기업 규모의 확대로 인해 국민의 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제의 활력이 원천적으로 꺾여 버렸다. 비록 늦었지만,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 입장에 있던 사람들의 조언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선장에게 잘못된 조언을 해온 사람들은 배가 침몰하기도 전에 온갖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제 살길을 찾아나서면서 모든 책임을 선장에게만 뒤집어씌우려고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가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자기가 금융시장을 한 손에 다 휘어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어조로 장담하는 부류의 사람들보다는 시장의 자율 기능 앞에 겸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1.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