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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인권결의안 ‘찬성’ 이면의 그림자 - 남주홍
	2006-11-20
유엔 인권결의안 ‘찬성’ 이면의 그림자 지난 2003년부터 유엔이 제기해온 대북 인권문제 결의안에 한국정부가 불참과 기권으로 일관해 오다 이번에 찬성으로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동안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것은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한국 스스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 인권 문제는 핵 문제와 마찬가지로 남북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가 됐으며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없고 오직 국제 공조체제로 공식화해야 할 성격이 돼 버렸다. 한마디로 남북대화로 설득할 주제라기보다는 유엔 차원에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할 시급한 국제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최근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강제조치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북한의 인권상황은 심각하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다. 심지어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자동적으로 개입하고 필요할 경우 유엔헌장 제7장(경제, 군사적 제재)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정도다. 따라서 이른바 남북한 ‘특수관계’를 내세워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은 핵 문제에 이어 인권 문제마저 ‘민족공조’를 하려 한다는 대내외적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유엔결의안 찬성 이면에는 여전히 햇볕정책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어 깊은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즉, 북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1718호에 따른 대북 제재조치의 형식적 이행 태도에서 보듯이, 이번의 인권결의안도 마지 못해 찬성했고 실천의지는 아무것도 없다는 자조적 지적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이번 찬성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한 공감 표시일 뿐”이라며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 변함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권을 광의의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며 핵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게 다루려는 21세기 국제정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북한 외무성은 한국의 이번 찬성과 관련 20일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적대세력들이 이번에 또다시 조작해낸 인권결의를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치적 모략의 산물로 단호히 배격한다”고 상투적인 공갈 협박을 했다. 앞으로도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예상되나 우리는 이를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일종의 ‘코리언 미스터리(Korean Mystery)’라고 부르고 있다. 동족의 참상을 못본 체하면서 통일은 무슨 통일이고 또 무엇을 위한 통일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대북 식량지원을 인권 개선책이라고 우기는 통일부의 주장은 국제식량계획 (WFP)의 북한 주재원들도 지적했듯이 황당한 궤변이다. 도대체 선군정치의 병영국가인 북한에서 분배의 투명성 보장도 없이 일방적으로 식량을 주면 결국 누가 혜택을 보느냐고 항변한 것이다. 이는 그간 연간 수십만톤씩 퍼주었는데도 탈북자는 오히려 더 늘고 기아와 인권유린은 더 심각해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국가 안보를 위해서 핵 문제에 원칙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민족 통일을 위해서라도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북측에 할 말은 당당히 해야 한다. 이는 마치 6자회담 성공을 위해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게임의 룰과 같은 이치다. 압력과 제재는 대화의 포기가 아닌 협상의 또다른 수단이라는 외교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전쟁난다’는 철부지 친북 논리가 바로 “선군사상으로 남조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저들의 호언을 낳게 만든 분명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위태롭기 그지없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1.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