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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위한 부동산대책 필요하다 - 김태기
	2006-11-20
중산층 위한 부동산대책 필요하다 정부가 15일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신도시 건설은 장기적 측면에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파트 가격의 폭등세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7번이나 내놓은 대형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실패한 탓에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었던 서민일수록 이번 대책에 더 냉담하다.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를 25% 끌어내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벌써부터 구두선 아니냐는 평가절하를 당하는 것도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너무 잃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불신과 무능의 상징이 됐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 신세가 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아주는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세금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국토 균형개발이란 명분으로 전국에 토지보상금 등을 수십조원이나 뿌려 부동산 구매력을 잔뜩 부추겨 놓고서 정작 서울 강남지역 등 수요가 몰리는 인기 지역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자칫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정책을 폈지만 정작 피해는 서민과 중산층에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광풍은 오히려 이른바 ‘버블 세븐’이라는 지역으로 확산됐다. 결국 부유층이 많이 사는 버블세븐과 다른 지역의 집값 격차가 더 벌어져 서민과 중산층은 빈곤감과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새로 건설할 신도시는 공급 과잉과 미분양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그 피해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더 입기 마련이다. 외환위기 직후 겪었듯이 인기 지역보다 비인기 지역의 집값이 더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소득 불안과 주거 불안이란 이중고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많다. 직장에서는 퇴출의 위기에 몰리고 있고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집 장만마저 멀어져 일할 맛이 없다는 호소다. 그뿐이 아니다. 갓 사회에 진출해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 세대 역시 부동산 광풍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땅 부자의 ‘투기’ 문제보다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부동산정책에 주력해야 한다. 이것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도(正道)다. 먼저 서울의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강북은 도시계획부터 전면 재점검하고 강남 부럽지 않은 강북이 되도록 교육 등 주거 인프라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이래야 인기지역에 몰리는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그리고 건설교통부 등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정책의 권한을 서울시 등 자치단체에 대폭 넘기고 행정자치제와 교육자치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서울시가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거래세는 완화하고 보유세는 강화해 부동산 과다 보유를 막을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를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거래세의 비율이 무려 20배 정도 큰 반면, 보유세의 비율은 4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급격한 과표 현실화에 따라 징벌적 성격이 강해진 양도소득세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생업을 위해서 이사를 하는 중산층과 서민이 무거운 양도세를 내면서 집을 처분하거나 아니면 월세나 전세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주거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특히 신혼 부부 등 젊은 세대가 내 집을 마련하는 기간 동안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1. 1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