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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권 386변해야 산다 - 박효종
	2006-11-09
운동권 386변해야 산다 국정원에서 조사 중인 간첩단사건과 관련, 1980년대 학생운동권을 대변하고 있는 386이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집단에서 간첩단사건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86의 가장 큰 정체성이라면 민주화를 자신들의 투쟁으로 이루어냈다는 자부심일 것이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청산되지 않은 친일 잔재와 단독정부 수립 등 이제까지 해결되지 않은 미완결의 ‘국가적 어젠다’가 남아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의 건국과 산업화에 관한 인식과 평가를 문제삼았다. 산업 불모지에서 맨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부모세대의 자기만족에 대하여 냉소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반미 민족주의가 두드러진다. 미국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만을 가지고 살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위선적 존재로 투영되었다. 우월한 힘을 바탕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을 약자에게 강요하는 ‘제국주의자’로 보인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이 이룩해놓은 근대화의 가치도 사실은 친일, 반공, 반북, 친미, 왜곡된 산업화를 교묘하게 결합해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평가절하하였다. 민주화 이후 운동권 386은 정치권을 비롯한 법조계, 교육계, 언론, 출판, 심지어 논술시장까지 장악하는 등 막강한 ‘파워그룹’으로 자라났다. 그들은 어디에 있으나 개혁을 외쳤다. 386의 민주화 열기나 개혁주의에는 ‘시대적 요청’과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라면 ‘정치적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386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 인권 및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공언해 왔지만, 정작 그들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치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핵심적 가치’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임기응변과 기회주의 및 전략적 마인드가 강하다. 군부권위주의 세력과의 투쟁에서 살아남고 혹은 승리하기 위해 진정성 없이 ‘임기응변’으로 차용하거나 ‘기회주의’나 ‘전략적 행위’를 통해 체득한 가치 이상의 의미를 투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386은 시대가 변했음을 알아야 한다. 시대가 변했으면 자신도 변해야 한다. 봄이 왔는데 겨울외투를 계속 껴입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운동권 386은 ‘성찰하는 386’이 되어야 한다.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에 취하기보다 무엇이 자신들에게 부족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성찰할 거리는 많다. 우선 자신이 누리는 특혜와 특권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야 한다. 건국과 산업화가 없었던들 어떻게 오늘의 입신양명이 가능했겠는가. 그들은 학생시절 데모와 시위로 일관한 나머지 문사철(文史哲)의 전통과 교양을 배우지 못했고 문명사적 가치의 소중함을 몰랐다. 다만 독재가 나쁘다는 것만을 알았을 뿐, 남한의 독재와 북한의 수령체제가 얼마나 질적으로 다른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386에게는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유훈통치’, 심지어 ‘선군정치’에 대한 환상도 남아 있다. 80년대의 저항적 지식패러다임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면서도 민주화가 그들의 지적 결손이나 주체사상의 편력까지 ‘세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는 비판하면서 북한의 반인권적 전제정에는 우호적이었다면 분명 외눈박이다. 그럼에도 386 가운데 소수만이 주체사상이 잘못되었다고 고백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말이 없다. 제발 눈을 크게 뜨고 세계를 바라보라. 이번 기회에 운동권 386이 ‘집단적 고백성사’를 하는 것이 어떤가.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6. 11. 6 시론

!	처음엔 386의 개혁적인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은 개혁이 아니었다. 그들의 잘못된 개혁성향으로 인해 망가진 우리사회의 모습이 이를 반증한다. 2006-11-17